정부가 지난해 지역균형발전 목적으로 편성한 수백억원 규모의 혁신도시 지원 사업 예산이 10분의1밖에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역의 사업 현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일단 예산부터 나눠준 탓에 지방자치단체가 소화를 하지 못한 것이다. 균형발전 예산이 주먹구구로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 지원사업 명목으로 편성한 예산 330억원 가운데 12%가량인 40억원만 집행되고 나머지는 올해 예산으로 이월됐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해당 사업은 혁신도시를 신(新)지역거점으로 구축하기 위해 혁신도시와 주변 지역에 복합혁신센터를 조성하고 주거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으로 국토부는 혁신도시별로 100억원 한도에서 국비를 보조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문화·커뮤니티시설·창업공간이 한데 모인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각 지자체가 사업에 제대로 착수하기도 전에 예산부터 떨어졌다는 점이다. 실제 국토부는 2018년 10개 혁신도시에 각 10억원씩 총 100억원을 교부했는데 지자체는 사업진행에 필요한 타당성 조사 등 사전 절차를 그제야 밟고 있어 총 100억원이 전액 다음해로 이월됐다. 실집행률이 0%였던 것이다. 이듬해인 지난해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해 지자체별로 30억원씩 총 330억원이 편성됐는데 주민 의견 수렴이나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이 계속 지연돼 예산을 쓸 여력이 안 되는 지자체가 태반이었던 탓에 실집행률은 14.5%로 저조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국토부는 사업절차에 소요되는 기간과 지자체별 이행 현황 등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계속된 예산 이월로 국고보조금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지자체는 2018년에 편성된 예산을 올해 예산으로 다시 이월했는데 이는 인건비·재해복구경비·장기소요계약 등으로 제한하는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 측은 “국토부가 보조사업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