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재정적자 224% 폭증…추가부양 해도 안해도 더 는다

지난해 10월부터 2.8조弗 쌓여

GDP 대비 적자 10년來 최고치

세수 감소에 적자폭 커지는데

의회 1조弗이상 추가지출 예고

부양 늦어질수록 경기회복 둔화

세입 또 줄어들어 악순환 되풀이

최악 땐 '신용강등' 재연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부양책과 셧다운(폐쇄)의 여파로 초래된 세수 감소로 미국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여전한데다 최소 1조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적자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의 2020회계연도(2019. 10~2020. 9) 중 지난 7월 말까지 10개월 동안의 재정적자가 약 2조8,000억달러(3,400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8,670억달러) 대비 224%나 폭증했다. 7월 재정적자는 630억달러로 6월(8,641억달러)의 10분의1 이하로 줄었지만 앞서 9개월 누적 기준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계속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적자는 1차적으로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추가 실업급여와 대출 같은 대규모 지원사업을 포함해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5조6,000억달러를 썼는데 이는 전년보다 51% 증가한 것이다. 미 정부와 의회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총 2조8,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추가로 의회에서는 공화당이 1조달러, 민주당이 3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검토 중이라 최소 1조달러 이상의 추가 지출이 예정돼 있다.

반면 세입은 정부의 납입 유예 조치 등으로 1% 감소한 2조8,000억달러에 그쳤다. 세입과 세출(5조6,000억달러)의 차이만큼 적자인 셈이다. WSJ는 “미국 경제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어 앞으로 몇달간 세입이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다 보니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비율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7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 동안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5.1%로 2010년 2월(10.1%)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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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도 증가세다. 지난주 미 재무부는 이번 회계연도에 4조5,000억달러를 차입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1조2,800억달러의 3배 이상이다. 이대로라면 미 의회예산국(CBO)이 점친 올해 재정적자 3조7,000억달러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의회의 추가 부양책 논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WSJ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재정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로 의회에서의 추가 부양책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두 당의 부양책 규모는 세 배나 차이가 난다. 미 경제방송 CNBC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민주당의 3조달러와 공화당의 1조달러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거부하자 관련 논의를 재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며 “므누신 장관은 민주당의 제안에는 최소 2조달러가 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추가 부양책이 늦어질 경우 ‘경기회복세 둔화→정부 지출 확대, 세입 추가 감소→재정적자 추가 확대’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대로라도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지만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그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에릭 로즌그렌 미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 경제활동 둔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부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부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최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처럼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확대를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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