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로봇집사 자산관리' 은행엔 그림의 떡

은행 투자일임업 ISA로 한정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 받아도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은 불가

"빅테크와 또 기울어진 운동장" 불만




은행·카드·보험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금융정보를 한데 모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자산관리 대중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정작 가장 많은 고객정보를 갖고 있는 은행은 시작부터 투자일임 업무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자산을 맡기기만 하면 개인의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꾸려 자동으로 운용해주는 투자일임은 마이데이터 출범을 계기로 가장 빛을 볼 것으로 예상됐던 핵심 서비스인데 은행에만 빗장이 닫혀버린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금융 혁신 방안을 두고 핀테크·빅테크와의 역차별을 호소해왔던 은행권에서는 또 하나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더라도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겸영 업무로 허용된 로보어드바이저 방식의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 주체인 개인의 요청에 따라 은행 계좌정보, 카드 결제정보, 증권 투자정보 등 곳곳에 분산돼 있는 개인 금융정보를 일괄 수집해 한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달부터 시행된 새 신용정보법에 따라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고유 업무인 신용정보 통합조회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컨설팅,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부수·겸영 업무도 할 수 있다. 특히 이 겸영 업무 중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개인의 투자성향·재무상태·투자목표 등에 따라 개인화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고 이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을 굴려주는 투자일임업도 포함됐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은 고액 자산가와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영역으로 넓혀주고 진정한 의미의 개인종합자산관리(PFM)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의 취지와 가장 잘 맞는 업무이기도 하다. 미국·유럽 등 자본시장이 발달한 곳에서는 이미 대중화돼 지난 2014년 말 200억달러 수준이었던 전 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9,800억달러로 급증했고 오는 2023년에는 2조5,500억달러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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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더라도 이런 투자일임 서비스는 사실상 제공이 불가능하다. 은행만 적용받는 은행법 시행령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서만 은행들이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혁신’ 의지에 따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도 투자일임업 문호를 개방한 신용정보법과 과거 전업주의 규제 원칙에 따른 은행법 시행령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은행들은 지난달 중순 금융당국에 이와 관련해 정식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공식 질의서를 보냈지만 당국은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은행법에서 허용한 범위까지만 투자일임을 할 수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두 법의 주무부서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해결에 소극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A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받은 핀테크 기업은 물론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들이 완결된 자동투자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은행은 기존에 제공하던 일임형 ISA에 한해서만 서비스를 하라는 것은 사실상 은행은 투자일임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업자들과 똑같은 사업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B은행 관계자도 “자산을 한곳에 모두 맡기기보다는 핀테크·은행·증권 등 여러 곳에 맡겨 수익률을 비교해보고 싶어하는 수요를 고려하면 가장 많은 금융정보를 보유한 은행의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과 편익을 오히려 제한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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