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정부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자고 공식 제안했다는 기사 ‘[단독] 차이잉원, 미국에 “FTA 협상 시작하자”…미중 관계 새 변수로”를 보도한 바 있는데요. 제목에서 나타나듯 대만과 미국과의 FTA는 사실 미중 관계에 있어 더 중요합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홍콩만큼 대만도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입니다. 미중 관계의 새 변수는 앞으로 미국 증시와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대만 FTA 제안의 의미를 ‘3분 월스트리트’에서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홍콩에 위기감 느낀 대만, 대놓고 러브콜...양안관계도 긴장 높아질 듯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중 카드가 하나 더 생긴 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과의 FTA 카드를 빌미로 중국과 협상을 벌여 더 나은 결과물을 자신에게 내주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입니다. 중국에서 만족할 만한 대가를 챙길 수 있다면 대만과의 FTA는 없던 일이 될 것이고 중국을 압박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협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만과 중국 본토 간의 긴장 관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라고 할까요. 그는 홍콩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밀어붙이는 중국에 전세계가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홍콩이 흐지부지 넘어가면 다음 차례는 대만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이날 연설문을 뜯어보면 차이잉원 총통은 다시 한번 △평화(peace) △동등함(parity) △민주주의(democracy) △대화(dialogue)의 4원칙을 강조했지만 방점은 민주주의에 꽂혀 있었습니다. 대화도 중요하다고 했지만 민주주의를 더 내세운 것이죠. 이는 대만의 군사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한 데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국방예산을 내놨는데 이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한 것이죠.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지지의사도 수차례 밝혔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팔짝 뛸 노릇입니다.
미국과의 FTA, 안보효과 있어
대만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과 FTA가 이뤄져 관세가 낮아지고 서비스를 포함한 시장개방이 이뤄지면 미국의 투자가 더 늘고 경제적 유대는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재계의 압력에도 이런 나라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전쟁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 기업과 시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안보를 탄탄히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이 보기에 매우 성가신 일입니다.
대만 기업들 날개 다나
이 같은 결정은 단순히 TSMC 개별 기업 수준에서 정하는 게 아닙니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일인 만큼 행정부와 조율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만은 미국을 택하기로 한 겁니다. 미국과의 FTA는 세계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대만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입니다. 미 무역위원회(ITC)가 지난 2002년 내놓은 자료를 보면 미국과 대만의 FTA가 체결될 경우 대만의 대미 수출이 연간 35억달러씩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9% 추가적으로 늘어납니다. TSMC를 비롯해 주요 반도체·IT 기업들도 좀 더 나은 경영환경을 가질 수 있게 될 겁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관건은 미국입니다. 아직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차기 정부를 포함해 미국 정부는 다각도로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만의 FTA 제안만으로도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게 할 것은 분명합니다. 미중 무역긴장의 또다른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