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모어헤드에 소재한 맥조제조 업체 소스톤브루잉은 지난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을 받은 500만곳의 사업체 중 하나다. 이 대출 덕에 직원 8명에게 임금을 줬고 포장판매로 근근이 사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PPP 자금은 바닥났고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회사와 직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상태다.
소스톤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셧다운(폐쇄)으로 업체는 도산하고 이 여파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 같은 회사는 주가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2조달러(약 2,369조원)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빈부격차가 커지는 ‘K자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중소기업과 소수인종, 저학력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사이 고소득 전문직과 대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되찾는 모양새다. 알파벳 K 모양처럼 위아래 45도 방향으로 벌어지는 회복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존 프리드먼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가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현재 고소득자의 일자리는 완전히 회복됐지만 시간당 14달러 미만을 받는 노동자들의 고용은 코로나19 이전보다 20%, 시간당 14~20달러를 버는 근로자들은 16% 낮았다. 특히 증시와 부동산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올라와 자산가들은 손실을 회복했다. WP는 “경기침체는 저금임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지만 코로나19는 빈부격차를 만들며 백인과 소수인종 간에 큰 격차를 일으키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과 2,800만명 이상의 실업급여 수급자를 위한 연방정부의 부양책은 대부분 지난달 말 끝났다. 여기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추가 부양책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WP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수조달러를 금융 시스템에 쏟아붓고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50% 상승만 실현됐다고 진단했다. 윌리엄앤드메리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피터 애트워터도 “이는 분명한 K자형 회복”이라며 “규모가 크고 부유한 이들은 회복의 길을 걷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악화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흑인과 히스패닉에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이들 가구의 상당수는 코로나19 이전에 저축이 거의 없었고 쇼핑몰처럼 혼잡한 실내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업종에 종사해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흑인과 여성 가운데 코로나19로 잃은 일자리에 복귀한 비율은 약 20%인 데 반해 백인 남성은 약 40%, 백인 여성은 45%에 달한다.
학력별 차이도 크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도입됐지만 이는 대학교육을 받은 직원들 위주로 가능한 실정이다. 연준에 따르면 학위 소지자의 63%는 회사업무를 집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근로자는 그 비율이 20%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파산이 계속될수록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주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이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이는 결국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증시는 경제가 아니다”라며 “경제는 생산과 일자리인데 (지금 상황은)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부족하다.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