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이 시공사를 선정한 데 이어 한남2구역도 서울시 건축심의 문턱을 넘으면서 서울시 용산구 한남뉴타운이 구역별로 사업에 탄력을 얻고 있다. 정비구역 해제로 사업이 사실상 멈춰있던 한남1구역마저 공공재개발 등 형태로 사업 재추진 움직임에 나서는 등 용산구 일대의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총 5개 구역으로 구분된 한남뉴타운 내 각 사업지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 속에서도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한남3구역에 이어 한남2구역도 사실상 재개발 확정 단계를 넘어서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11일 서울시 건축심의에 통과하면서 사업 최대 난관 중 한 고비를 넘겼다. 건축심의는 개발 인허가에 앞서 도시 미관과 공공성 확보 등을 따져보는 절차로, 재개발사업 중 가장 까다로운 단계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남2구역은 곧바로 사업시행인가 준비에 착수하는 등 후속 작업에 돌입했다.
당면한 최대 과제는 9월 23일부터 시행되는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 30% 적용 여부인데,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규제 적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조합은 용산구의 협조 등을 기대하면서 기한 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마쳐 임대비율 증가를 피해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남2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 8만2,821㎡ 부지에 1,537가구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한남뉴타운 내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정하는 등 순탄하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 7조원, 공사 예정금액만 1조 8,880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정비사업장이다. 이 구역은 수주전 과열로 한 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입찰 무효 결정이 내려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1년 3개월 만에 시공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 짓는 등 빠른 사업 진행을 보이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다른 구역들도 보폭을 높이면서 활로를 찾는 중이다. 변전소 이전 문제로 10여년 간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했던 한남5구역은 최근 변전소 이전에 합의하면서 사업 속도에 탄력을 기대하고 있다. 한남5구역 조합은 지난 6월 보광변전소 이전과 관련해 변전소 부지를 당초 5,500㎡에서 3,100㎡로 축소하고 이전 관련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5구역은 현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이 구역은 한강변과 맞닿은 2,634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으로,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가장 사업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2,595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추진 중인 한남4구역은 2018년 11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하고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업 추진의 가장 큰 논란이었던 신동아아파트 철거가 결정되면서 조합 내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다. 서울시는 오산중·고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은 4·5구역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인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다른 구역에 비해 가장 뒤쳐져 있는 한남1구역도 사업 재개를 위한 예열을 진행하는 중이다. 2018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사실상 재개발 기대감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정부의 8·4 공급대책으로 해제지역도 공공재개발을 허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사업 재개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공공재개발로 진행할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제외되고 용적률과 기부채납이 완화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 한남1구역 한 주민에 따르면 “대로변 상가를 제외해 구역을 줄이는 방식으로 재추진하자는 계획이 나오고 있다”며 “현재 사업 진행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걷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주택조합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남뉴타운의 경우 강북에서도 핵심 알짜 입지로 개발 완료 시 강남 못지않은 핵심 부촌 지역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주요 대형건설사들은 모두 눈독을 들일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남뉴타운은 재개발이 완료되면 총 1만2,000여가구 규모의 대형 단지가 조성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