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소신파로 꼽히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의 여당을 두고 “언제부턴가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몸은 ‘과거사’와 ‘검찰’에 집중하고 있었다. 국정 철학의 주요한 축인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의 가치는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거꾸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며 작심 비판했다.
조 의원은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금 이 순 간도 쓸까 말까 주저하고 있다. ‘내부총질해서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같은 이야기들이 귓전에 맴돈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그는 “누구 탓 할 일 없다. 저부터가 문제”라며 “‘부동산 때문에 당청 지지율이 급락한다’는 보도가 많다. 시일이 지나면 집값이 정상화될 것이란 주장도 있으나 이유불문하고 집권여당의 국토위 간사로서, 제5 정조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우리 당 전당대회를 돌아보자. 분명 비정상”이라며 “3무 전당대회다.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이렇게 이끌 것이고,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당은 저렇게 달라질 것이다’라고 하시는 분 찾아보기가 힘든다. 청와대와의 수평적 관계설정에 대해서도 언급하시는 분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들이) 몇몇 주류 성향의 유튜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 이고,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성토했다.
조 의원은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니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고 그러니 ‘논쟁’이 없다. ‘논쟁’이 없으니 차별성이 없고 ‘비전’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 ‘비전’ 경쟁이 없으니 ‘관심’이 떨어진다. 악순환의 고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진영논리’에 집중하는 행태도 비판했다. 조 의원은 “언제부턴가 우리 편과 저 편을 가르기 시작했고 이중 잣대로 가늠하였다”며 “언제부턴가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몸은 ‘과거사’와 ‘검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국정 철학의 주요한 축인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의 가치는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거꾸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제대로 토론 좀 하고 논쟁 좀 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게 어렵다면 당대표 후보자들, 최고위원 후보자들끼리라도 모여서 끝장토론이라도 열어달라”며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지도부의 인식과 해법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당과 국민들 사이의 괴리를 메꾸어내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 치열한 ‘논쟁’을 통해 우리 당의 ‘비전’을 보여주고, 국민들의 ‘관심’을 가져오는 전당대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조 의원 SNS 전문이다.
<위기에 마주 설 용기가 필요합니다>
“부동산 때문에 당청 지지율이 급락한다”는 보도가 많습니다.
시일이 지나면 집값이 정상화될 것이란 주장도 있으나 이유불문하고 집권여당의 국토위 간사로서, 제5 정조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가 지난 6월 말 법무부 장관의 부박(浮薄)함을 지적한 이후에도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으나 故박원순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상황의 부적절 등을 핑계로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도, 부동산에 대해 국민들께서 불편하게 느끼시는데 대해 직,간접적으로 제 책임도 없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당대회 국면임에도 집권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현실화되는 현 상황에 이르러 우리 당에 대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 숫자로도 나타나지만 우리는 지금 위기 상황에 처했습니다. 아니 지지율 숫자는 현실을 다 드러내지도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1.
우리 당 전당대회를 돌아봅시다.
분명 비정상입니다. 3무 전당대회입니다.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습니다.
‘내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이렇게 이끌 것이고,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당은 저렇게 달라질 것이다’라고 하시는 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청와대와의 수평적 관계설정에 대해서도 언급하시는 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니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고 그러니 ‘논쟁’이 없습니다. ‘논쟁’이 없으니 차별성이 없고 ‘비전’ 경쟁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전’ 경쟁이 없으니 ‘관심’이 떨어집니다.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수해상황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전당대회 때문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몇 주류 성향의 유투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 이고,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어떤 후보한테 물어보니 ‘일단 당선되고 봐야하지 않겠나? 당선되고 나면 달라질거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다른 후보는 ‘당이 혼란스러운데 내가 나서서 중심을 잡아야 할 것 아니냐’고 강변합니다.
제가 보기엔 후보님이 표를 쫓아 우왕좌왕인데 당선되더라도 당의 진로를 더욱 혼미하게 하고 할 거라고는 생각하시지 않는가요?
전대(全大) 때도 토론과 경쟁이 없는데, 전대 끝나면 변할 거라는 후보님 말씀에 그리 큰 믿음이 가진 않습니다.
2.
누구 탓 할 일 없습니다. 저부터가 문제입니다.
좋은 게 좋다고, 더 이상 미운 털 박힐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나는 이미 이야기 많이 하지 않았냐고, 이른바 ‘조금박해’도 존재감이 없어지지 않았냐고 수시로 자기 검열했음을 고백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쓸까 말까 주저하고 있습니다. ‘내부총질해서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지금은 평가의 시간이 아니라 힘을 실을 시간이다’ 같은 이야기들이 귓전에 맴돕니다.
SNS나 방송이나 “정면돌파다. 큰 걱정할 필요 없다”는 당당한 주장은 대놓고 실명을 걸고 나옵니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된다. 큰일이다”는 조심스러운 우려는 어쩌다 익명으로나 나옵니다. 당당한 실명이 소심한 익명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계속 자기검열에 열중하다 보면 그 익명조차 사라지겠다 싶은 조바심이 듭니다.
3.
열린우리당 시절의 악몽을 교훈삼아 이른바 ‘내부총질’ 없이 단일대오로 국정수행을 튼튼히 뒷받침하는 것이 집권 여당의 덕목이라고 합니다.
일정부분 동의합니다. 다만,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서 나온 결론이 국민의 눈높이와 크게 괴리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동의합니다.
언제부턴가 기회 있을 때마다 비공개 의총에서 극소수로 분류될 여러 의견을 피력했습니다만 대답 없는 메아리로 그쳤습니다. 그래도 당(黨)의 한자어 뜻이 ‘무리’라는 걸 상기하며 당의 결론은 따랐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편과 저 편을 가르기 시작했고 이중 잣대로 가늠하였습니다. 언제부턴가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몸은 ‘과거사’와 ‘검찰’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정 철학의 주요한 축인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의 가치는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거꾸로 되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는 안됩니다.
이제라도 국민 눈높이, 국민정서와 싱크로율을 높여야 합니다. 총선에서 야당을 지지한 40% 넘는 국민들의 뜻도 헤아려야 합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도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입니다.
무엇보다 국민과 괴리되지 않는 상황인식이나 정책방향이 절실합니다.
4.
위기를 모른 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위기라고 나서서 떠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위기가 현실화되고 나서야 많은 이들은 입을 엽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은 위기를 감지했다고...
그러나 위기를 극복한 후에는 오히려 위기를 미리 경고했던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집니다.
위기가 느껴진다면 책임있는 정치인들은 솔직하게 위기라고 떠드는게 마땅합니다. 심지어 탄광 속 카나리아도, 잠수함의 토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시끄럽다고 카나리아나 토끼를 치워버리지 않습니다.
지금의 전당대회는 ‘위기’를 논하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위기를 외면하며 ‘지금까지 해온 대로 잘 하자’라는 식의 정면돌파론은 위기를 더 가속화 시킬 것입니다.
전당대회가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열흘이면 짧은 시간도 아닙니다.
제대로 토론 좀 하고 논쟁 좀 합시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게 어렵다면 당대표 후보자들, 최고위원 후보자들끼리라도 모여서 끝장토론이라도 열어주십시오.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지도부의 인식과 해법을 보여주십시오.
전당대회가 분위기 전환과 변화의 모멘텀을 찾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당과 국민들 사이의 괴리를 메꾸어내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합니다. 치열한 ‘논쟁’을 통해 우리 당의 ‘비전’을 보여주고, 국민들의 ‘관심’을 가져오는 전당대회를 만듭시다.
3무 전당대회의 극복은 진정으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위기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