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복되지 않는 청년 실업...일본 '취업 빙하기' 닮아가나

7월 청년 취업자 19만5,000명 감소

고용보험 가입자 -2.9%...규모 키워

인턴도 아르바이트도 못 해 '반 포기'

일본 잃어버린 20년 니트·프리터 양산

쉬운 해고 프레임 벗어나 노동개혁 필요

지난 6월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에 마련된 코레일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 고사장에 응시생들이 입실하고 있다./성형주기자지난 6월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에 마련된 코레일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 고사장에 응시생들이 입실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시작된 ‘청년 일자리 불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노동시장의 개선도 60대 이상·서비스업이 견인하고 있다. 현재 고용 불황을 겪고 있는 청년층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시대에 나타난 ‘취업 빙하기 세대’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대 중후반에 취업을 하지 못하면 양질의 일자리에서 밀려나 30~40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스, 마이너스’... 회복되지 않는 청년 고용=정부에 따르면 최근 노동시장 개선은 60대 이상 노년층이 이끌고 있으며 청년 고용은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연령별 고용률은 60대 이상에서 0.9% 상승했고 나머지 모든 연령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15~29세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만5,000명 줄었다. 4월 -24만5,000명을 기록한 이후 6월 -17만 명까지 반등했지만 다시 감소 규모를 키운 것이다. ‘취업 적령기’로 불리는 25~29세 취업자도 지난 달 8만 명 줄었다.






‘양질의 일자리’인 고용보험 통계로 보면 청년 고용 침체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를 연령별로 분석하면 29세 이하 가입자는 24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지난 6월 -2.5%와 비교해 규모가 더 늘었다. 30대의 경우도 334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40~60대는 가입자가 늘어났다. 특히 60대 이상 고용보험 가입자는 176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상승했다. 고용부는 서비스업과 노년층 고용 개선이 맞물린 것으로 해석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이 지속하는데다 세계적으로도 진정세로 보기 힘들어 기업이 채용 감소로 대응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채용전환 어그러지고 알바도 ‘포기’=연간 취업 일정으로 볼 때 7~8월은 방학을 맞아 하계 인턴과 계절 아르바이트로 한창 바빠야 할 때이지만 코로나 19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인턴의 경우 대기업 채용전환형은 씨가 말랐다. 동계인턴은 채용전환이 어그러진 사례도 발견됐다. 2월까지 인턴으로 일한 후 3월부터는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짙어지자 관행을 깨고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것이다.


한 취업포털 관계자는 “보통 방학 때 아르바이트 수요가 늘기 때문에 매년 6월 아르바이트 플랫폼의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별다른 증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아예 올해는 취업도 아르바이트도 ‘포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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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한파는 대학을 이미 졸업한 20대 후반 여성, 30대 초반 남성 취업준비생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27)씨는 “뉴스에서는 코로나로 앞으로 2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한다”며 “신입직원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데 공무원처럼 나이제한이 적은 분야의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된다”고 말했다.

◇미뤄놓은 노동개혁이 낳은 ‘코로나 취업 빙하기’=전문가들은 입사와 퇴직이 자유롭지 않은 국내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만성적인 청년고용난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첫 직장에 입사해 50대 후반까지 한 직장에서 근무하거나 이직을 해도 첫 직장이 대기업인지가 다음 직장에 영향을 미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입사와 퇴직을 결정하게 하려면 재교육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정착되지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는 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사용자는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직업훈련을 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취업을 시작한 때의 경제 사정이 평생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본 시민들이 지난 13일 도쿄 시부야 거리를 걷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일본 시민들이 지난 13일 도쿄 시부야 거리를 걷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한국처럼 노동 경직성이 뚜렷한 일본은 고도성장이 끝난 ‘잃어버린 20년’에 취업 시기를 맞은 사람들을 ‘취업 빙하기 세대’로 부른다. 1980년대에 태어나 버블 붕괴 시기인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로 지금은 30대 중반~40대 중반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대학 3~4학년 때 취업할 회사를 정하는 ‘취업내정제’ 등 우리나라보다 더욱 경직된 일괄채용 방식이 굳어 있다. 20대 중반에 취업을 하지 못하면 아예 양질의 일자리에서는 배제된다. 버블 붕괴 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정규직 취업을 포기하고 니트족이나 프리터족으로 남았다.

◇‘노동 유연화=쉬운 해고’ 프레임에서 벗어나야=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도 노동개혁이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은 ‘노동 유연화’를 ‘쉬운 해고’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노동 유연화는 자유로운 입사 및 퇴직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유연화 전 단계로 직무 중심의 재교육, 채용 상시화, 근로시간 유연화, 직무급제 도입 등의 정책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가 ‘노동 유연화=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으로 반대하면서 아예 손도 못 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연설에서 “취업 빙하기 세대의 의욕, 경험, 능력을 살려 나가 일본 경제의 차기 성장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올해부터 3년간 초 650억 엔(약 7,400억 원)을 들여 100만 명의 취업을 지원하는 ‘취업 빙하기 세대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신규 졸업자 일괄채용과 연공서열 등의 채용 관행이 뿌리 깊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다. 인재 활용을 높이기 위해 기업의 의식개혁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대책은 재정 투입이 아닌 노동 유연화라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제기되고 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다.


세종=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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