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코로나 대응 '사면초가' 아베, 건강 상태마저 나빠졌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놓고 사면초가에 빠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 상태마저 나빠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아베 총리가 두 달 만에 다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다. 일본 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베 총리는 이동 자제 등을 요구하는 긴급사태를 다시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여론은 이에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연일 신규 확진자 1,000명 웃돌아
일본에선 16일 나흘 연속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 넘게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NHK 집계에 따르면 전날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별로 발표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총 1,021명이다. 이를 포함한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만6,926명이 됐다.




17일 일본 도쿄의 시부야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걷고 있다./EPA연합뉴스17일 일본 도쿄의 시부야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걷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처음 1,000명대에 올라선 일본의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달 10~12일 1,000명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13일부터 나흘째 1,000명대를 유지했다.

긴급사태 재발령은 없다는 아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아베 내각은 다시 긴급사태를 발령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일 나가사키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 선언이 고용이나 생활에 주는 영향을 생각하면 감염을 컨트롤하면서 가능한 한 재선언을 피하는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7일 도쿄도 등 7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를 선언했고 5월16일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으며 같은 달 25일 전면 해제했다.

긴급사태 내리면 경제 타격 극심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 재발령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긴급사태 기간에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17일 물가변동을 제외한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7.8% 줄면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연율로 환산한 실질 GDP 성장률은 -27.8%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1·4분기(-17.8%)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련 통계를 역산할 수 있는 1955년 이후 최악의 역성장이다.


문제는 경제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월 이후 감염 확대가 이어지면서 회복되기 시작한 소비가 다시 침체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일본 경제는 6.0~7.3%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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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긴급사태 다시 내려야" 우세
하지만 일본 여론은 긴급사태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NHK 방송이 지난 8~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28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일본 정부가 재차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해야 한다는 응답이 57%에 달했다. 선언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률은 28%에 그쳤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아베 내각 지지율도 2차 내각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인 34%로 하락했다.

건강검진 받은 아베, 건강이상설 증폭
사면초가에 빠진 아베 총리가 건강 상태마저 악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17일 오전10시30분께 도쿄 게이오대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건강관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이용해 당일 검진을 받은 것으로 통상적 검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밀 검진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에 검사를 또 받아 아베 총리의 건강을 둘러싼 의문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게이오대병원에서 6개월에 한 차례 정도 정밀 검진을 받는데 최근에는 지난 6월13일 받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차량이 17일 오전10시30분께 도쿄 게이오대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교도연합뉴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차량이 17일 오전10시30분께 도쿄 게이오대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교도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건강이상설은 한 주간지 보도로 처음 불거졌다. 4일 발매된 사진 전문 주간지 ‘플래시’는 7월6일 관저 내 집무실에서 아베 총리가 토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토혈 문제에는 즉답을 피한 채 아베 총리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아베 총리의 몸짓이 느려지는 등 많이 지쳐 있는 것 같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17일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올해 1월26일부터 6월20일까지 147일 연속으로 출근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 강제로 쉬게 해야"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16일 민영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연일 일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면서 “책임감이 강해 본인이 쉬는 것을 죄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며칠이라도 좋으니 강제로 쉬게 해야 한다”고 동정론을 폈다.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17일 오전 검진을 받기 위해 차를 타고 도쿄 게이오대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교도연합뉴스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17일 오전 검진을 받기 위해 차를 타고 도쿄 게이오대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교도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건강 문제로 곤욕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제1차 집권 말기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를 이유로 총리가 된 지 약 1년 만에 퇴진했다. 2012년 재집권 이후에는 건강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신약 덕분에 좋아졌다고 밝혀왔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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