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여야 주요 의원들이 잇따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발의하면서 20대 국회에선 지지부진했던 보험금 청구 간소화 논의가 21대 국회에선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전체 실손 청구건 1,000건 중 100% 전산청구건은 2건에 불과한 만큼 청구 간소화가 이뤄질 경우 보험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국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근거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란 진단서, 의료비 영수증 등 보험금 청구 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해 의료기관에서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전송하도록 하는 제도로 보험가입자가 일일이 서류를 발급받아 애플리케이션에 관련 서류를 등록하거나 보험사에 직접 제출하던 복잡한 청구 과정이 사라지게 된다.
보험연구원이 2018년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금 청구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가입자들은 팩스(31%), 우편(6%)으로 접수하거나 보험설계사(23%)나 고객센터에 방문(16%)해 제출했다. 전체의 76%가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한 것이다. 물론 보험사 애플리케이션(21%)이나 이메일(3%)로 보험금을 청구한 가입자들도 대부분은 종이서류를 촬영해 제출한 경우에 해당해 사실상 종이 문서 기반의 청구가 99%에 달한다는 게 보험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일부 보험사들이 대형병원과 연계해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나 100% 전산화된 청구 비율은 0.002% 수준에 그쳤다.
보험업계는 전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20대 국회 당시에도 청구 간소화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거대 여당 구도에서 관련 법 통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통합당 윤 의원까지 힘을 보태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물론 걸림돌은 있다. 의료업계의 반발이다. 의사협회 등의 의사 단체들은 의료정보 유출, 비급여 진료 정보에 대한 우회적 통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법 통과에 적극 반대해왔다. 윤 의원과 전 의원 모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제3기관을 중계센터로 지정해 보험사가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지 않도록 하는 절충안을 마련했으나 의료업계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해당 법이 통과될 경우 약 3,800만명에 달하는 실손 보험 가입자들의 편의성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2018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절반 수준인 47.5%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소액이라서’라는 답변이 73.3%로 가장 많았고 ‘병원에 다시 방문하는 게 귀찮고 시간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44%, ‘증빙서류 발송 등이 귀찮다’는 응답자도 30.7%에 달했다. 청구 절차가 간소화된다면 소액 청구건도 모두 자동으로 청구되는데다 보험가입자들이 일일이 서류를 발급받고 전송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청구체계 구축은 3,8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 편의를 늘리고 병원·보험사의 행정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리 청구에 따른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