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외곽을 가로지르는 38번 지방국도를 달리다 보면 영화 속에서나 보던 대형로봇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주위로는 기린을 닮은 듯한 미끄럼틀과 외계인을 형상화한 거대한 철제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카트와 자전거 등이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놀이공원 같기도 하고 전시관 같기도 한 이곳은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
지난해 5월 문을 연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는 국내 정크아트 1세대인 오대호 작가의 갤러리 겸 체험공간이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정크아트는 한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가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지난 2007년 폐교한 능암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아이들이 수업을 받던 교실은 소형작품 전시 공간으로,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은 대형작품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버려진 물건에 숨결을 불어넣어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정크아트의 주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에는 로봇·동물·자동차·오토바이·우주인·의자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 1,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폐차를 소재로 한 대형로봇부터 녹이 슬어 버려진 못으로 만든 고슴도치, 버려진 소화기로 만든 고양이와 펭귄, 스노보드로 만든 의자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단순히 작품을 눈으로만 감상하는 갤러리가 아니라 모든 작품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고 직접 타거나 작동해볼 수 있는데 작가는 “부셔도 좋으니 다치지만 말라”고 당부한다.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작품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내 전시공간 한쪽에는 아이들이 직접 원하는 폐자재로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재생 골판지 조각을 볼트로 조립하고 색칠하는 과정이다.
작품만큼이나 작가의 이력도 재미있다. 2001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설치된 현대미술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보고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그는 원래 플라스틱 계란판 공장을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스텔라의 작품이 개당 수십억원에 거래된다는 얘기를 듣고 견적을 내봤더니 수백분의1의 돈만 있으면 자신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정크아트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스텔라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 설치된 조형물 ‘아마벨(Amabel)’로 유명하다. 그렇게 탄생한 첫 작품이 높이 2m짜리 로봇이다. 당시만 해도 정크아트라는 개념이 없어 아무런 관심을 못 받았지만 몇 년 뒤 이름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 그의 작품 20여점이 개당 수천만원에 완판됐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는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