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으로 되돌아가자는 겁니까.”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올해 노동조합의 임단협 요구안을 듣고 보인 첫 반응이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회사에 기본급 12만304원 인상(정기·호봉승급분 제외)과 직원 1인당 2,200만원가량인 ‘통상임금 400%+600만원’의 성과급, 일부 라인 수당 500% 인상, 유류비 지원 등을 요구했다. 요구안대로라면 일시 지급해야 할 현금성 지출만 1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회사 주장이다.
카젬 사장이 언급한 지난 2018년은 한국GM 노사 모두에 냉혹한 시기였다. 당시 자동차 산업 격변과 적자 누적으로 글로벌 사업 재편에 나선 GM 본사는 전 세계에서 ‘돈 안 되는’ 사업장들에 칼을 댔다. 폐쇄된 군산공장도 그중 하나였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며칠 전 GM의 옛 러시아 공장이 현대자동차에 매각된 것에서 보듯 GM 사업재편의 여진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한국GM은 당시 한국 정부(납세자)와 GM 본사, 노조가 모두 일부 양보하며 도출한 타협의 결과물이다. 정부는 7억5,000만달러(약 8,900억원)의 세금을 투입했고 GM도 36억달러(4조2,642억원)의 ‘뉴 머니’를 내놨다. 노조 또한 진통 끝에 임금 동결, 성과급 미지급, 복지 축소 등에 동의하며 한국GM은 극적으로 법정관리를 피했다.
하지만 한국GM은 아직 흑자전환을 하지 못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조4,447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2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노조는 “회사가 어렵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올해는 빼앗긴 것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숫자’를 보면 모두가 희생하며 지나온 2018년 이전으로 회사를 되돌리는 노조 요구안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2018년, 미국 GM 본사는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도 한국에 새로운 투자를 집행했다. 왜 그랬을까. 자동차 업계에서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완벽히 갖춘 국내 부품 생태계와 높은 엔지니어링 수준을 이유로 꼽는다. 완성차 공장은 해외보다 훨씬 생산성이 낮은데도 협력 업체들에 사실상 ‘묻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는 얘기다. 부품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한 반면 완성차 노조는 여전히 임금 투쟁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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