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미국 상위 12명 억만장자의 총재산 규모는 오히려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약 1,183조원)를 돌파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3에 해당하는 재산이 불과 12명에게 집중된 셈이다.
미국 정책연구소(IPS)는 18일(현지시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12명 억만장자의 총재산이 지난 13일 기준으로 1조152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벨기에 GDP(지난해 기준 5,317억달러)와 오스트리아 GDP(4,557억달러)를 합친 것보다 많고 한국 GDP(1조7,209억달러)의 67%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3월18일 이후 이들의 재산가치는 2,830억달러나 증가해 무려 40%의 증가율을 보였다.
재산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머스크의 재산은 3월18일 246억달러였지만 이달 13일에는 731억달러로 197%나 급증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같은 기간 547억달러에서 955억달러로 68%, 베이조스 CEO도 1,130억달러에서 1,895억달러로 68% 늘었다. 이외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스티브 발머 미국 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 구단주 이자 전 MS CEO 등 6명도 같은 기간 100억달러 이상 재산을 불린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억만장자도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타격을 입었다. 1차 코로나19 대유행 때인 올 1월부터 3월18일까지만 해도 이들의 재산은 대부분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실업자 등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의 재산 역시 급증세로 방향을 바꿨다. 실제로 연초와 비교했을 때 버핏만이 유일하게 재산이 줄었을 뿐 나머지 11명의 재산은 모두 늘었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가 부와 권력의 집중을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IPS의 분석이다. 척 콜린스 IPS 소장은 “이는 미국 역사에서 부와 권력이 집중된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너무 많은 경제력과 정치력이 이 12명의 손에 쥐어졌다”고 평가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