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5·18 묘역을 찾아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으로 완성된다”며 보수정당 대표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잘하는 일”이라고 평가했고 여권 인사들은 “시늉만 하지 말고 5·18 관련 법을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와 함께 취임 이후 처음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5·18 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방명록을 남긴 뒤 자신이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민주의 문’ 앞에서 낭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광주서 비극적 사건(5·18 민주화 운동과 유혈 탄압)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행동에 우리당이 엄정한 회초리 못 들었다”면서 “일부 정치인들까지 그에 편승하는 태도와 표현의 자유란 명목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5·18 민주 영령과 광주시민 앞에서 부디 이렇게 용서 구한다”며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고 거듭 사과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이 화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 과정에 적지 않은 희생과 고통 따른 것도 사실이고 그게 상처로 남아 낡은 이념대립 계속하며 사회 통합, 발전에 장애가 됐다”며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되고 그 시대 대표해 제가 이렇게 무릎 꿇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광주는 보수진영 지도자들이 ‘날벼락’을 맞는 곳이었으나 이번엔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찾은 것이 마지막이었고, 지난해는 황교안 전 대표가 방문했다가 물세례를 맞으며 비상문으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시민들은 김 위원장에의 사과문에 박수를 보냈다. 일각에서 항의가 있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야권에서는 호평이 나왔다. 통합당 중진 장제원 의원은 “더 이상 우리당이 (김영삼 대통령이 계승하고자 했던) 5·18 정신을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가 ‘호남 껴안기’에 나선 데 대해 “참 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신파극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은 “(전두환 시절) 온갖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인제 와서 새삼 신파극인가”라고 꼬집었다. 광주가 지역구인 이용빈 원내부대표는 “시늉에 그치지 말고 5·18 역사왜곡 방지 약속과 처벌법, 유공자 예우보상법 등을 통합당이 실천으로 증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