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이 1년 만기 기업어음(CP) 500억원어치를 발행해 현금을 조달했습니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해 1,000억원 규모 1년물을 발행한데 이은 두 번째 장기CP입니다.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연구개발과 제조, 기체부품 생산 등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업 회사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26.4%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지요.
국책은행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에서는 인기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지난 5월에도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아 2,000억원을 조달해갔지요. 한 단계만 떨어지면 A등급이 되는 AA-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안정성과 높은 금리가 매력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회사는 주로 단기성차입에 의존해 현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사업 특성상 운전자금 부담이 큰 만큼 단기금융시장 조달을 늘려가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군수 및 완제기 수출부문의 경우 프로젝트별 계약 조건 등에 따라 단기적인 운전자금 변동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반기보고서 기준 회사가 보유한 단기차입금은 4,802억원으로 총차입금의 92% 수준입니다. 유동성장기차입금도 648억원에 이릅니다. 여기에 연간 200억원 내외의 이자부담과 3,000억원 내외의 설비투자(카펙스) 투자, 400억원 내외의 배당금 지급 등 자금소요가 발생합니다. 회사는 2·4분기 방사청 관련 일회성 이익이 발생하면서 현금성자산을 9,38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습니다.
현금흐름은 나빠졌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민항기체부품 사업 매출이 40% 급감한 탓이지요. 보잉·에어버스 등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항공기 생산이 줄면서 기체부품을 납품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타격을 받은 겁니다. 이번 매출 감소폭은 신용평가사들이 올 초 예상한 10~20% 감소보다 더 가파른 수준입니다.
물론 현금흐름이 악화됐지만 당장 회사의 재무상태가 크게 나빠지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 금융비용, 투자집행 등 자금소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보유한 현금성자산, 대한민국 정부 등 우량 거래처 매출채권, 코스피 상장사로서의 시장접근성, 국가 핵심 방산사업 영위에 따른 정책자금 수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유동성 위험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용등급이 ‘A’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부담은 여전합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5월 ‘안정적’으로 아웃룩을 변경하면서 사실상 등급 강등 의지를 철회했지만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여전히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에서 AA급 회사채와 A급 회사채에 대한 인식은 천지차이기 때문에 향후 조달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