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차명진 전 국회의원이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 후 연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같은 집회에 있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한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인 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정 목사 뿐만 아니라 김 전 지사 등과도 선을 그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와 더불어 김 전 지사의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통합당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황교안 전 대표 시절의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사를 위한 조치를 거부했다는 일부 인사의 뉴스를 지켜보며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검사가 어려운 일이냐. 당장 자리에 임직해있지 않더라도 본인이 국정 책임의 직권을 맡았던 주목받는 인물일수록 정부의 방역 조치에 더욱 적극 협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16일 코로나19 검진을 위해 동행할 것을 제안하는 경찰관에게 “내가 국회의원을 세 번 했다”며 언성을 높인 김 전 지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배 의원은 이어 “대중에 노출되는 공직자나 곁에 계신 영향력 있는 분들은 더 큰 책임감으로 모든 방역 단계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마땅하다”며 “오늘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인 최형두 의원은 모범을 보였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언론의 주요취재처로 인식되는 모든 정치권 인사들께 더욱 각별한 대응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여 증상이 의심되어 두렵더라도 한 순간 참고 검사받으면 결론이 명확한 일”이라며 “그래야지만 국민들께도 함께 차분히 이겨내시자 말씀 올릴 면목이 선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지사가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있는 기독자유통일당이 광화문 집회를 위해 버스를 대절해 참가자를 모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한 뒤 “이런 당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정당”이라며 “응당 국민들께 사과하고 자진 해산해야 한다”고 맹공했다.
그러면서 “정당해산 전에 마지막 숙제가 있다. 바로 광화문집회 동원한 사람들 모두 코로나 검사 받게 하는 것”이라며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은 본인 신분이 드러나면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봐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검사 거부하면 본인과 가족 및 주변사람 건강에 위해를 주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기독자유통일당은 집회 참가자 의무 검사라는 마지막 미션을 수행한 뒤 국민께 석고대죄하고 자진 해산하시길 재차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 의원은 지난 18일에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이) 통합하기 전 전 목사와 집회를 함께했던 황교안 전 대표(시절)의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며 “오죽하면 전 목사를 구속하라고 얘기를 했겠나”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황 대표는 선거를 통해 징계를 받았고, 그 이유 중 하나가 보수개혁보다는 목소리가 큰 극단적인 세력과 무원칙하게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며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가 공식적인 입장을 말하고, 통합당이 중원으로 가기 위해서 (전 목사 등 황 전 대표 시절 인사들과) 명백하게 단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광화문 집회에 대해 “하지 말았어야 할 행사”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할 즈음에 열린 8·15 광복절 집회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우려와 걱정을 하고 있다”며 “(집회) 확진자는 코로나19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8·15 집회에서 확진된 것은 아니라고 보이지만, 이렇게 광범위한 집회에서는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8·15 집회로 걱정되는 분들은 빠짐없이 검사를 받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집회와 통합당이 관계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방역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 당과 8·15 집회를 엮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집회를 주최하지도, 참가를 독려하지도 않았다. 또 우리 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통합당이 말로만 선을 그을 것이 아니라 과거와 확실히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이 통합당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에서 ‘보수개혁’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