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부동산·주식 ‘빚투’로 지난 2·4분기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의 비대면 전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케이뱅크가 기존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 목적의 비대면 주담대 사전 예약자를 모집하는 데 이어 하나은행에서도 하반기 모바일 주담대 상품 출시를 예고했다. 금융권에서는 100% 비대면 주담대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될지 주목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이달 26일까지 비대면 아파트 담보 대출 사전예약을 받는다. 사전예약 신청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1,000명을 선발, 대출을 우선 실행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이며 최저 금리는 1.6%대로 전망된다. 자동이체 건수, 카드 사용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타행 주담대와 달리 차주의 대출 규모와 기간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
또 필요서류 간소화로 대출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담보 대출 시 필요한 서류는 소득증빙서류와 등기권리증 등 2종이다. 지점을 방문해 서류를 제출할 필요없이 소득증빙서류의 경우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진 촬영본을 업로드하고 등기권리증의 경우 전자등기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케이뱅크에 이어 하나은행도 올 하반기에 모바일 전세자금대출·주택담보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케이뱅크가 대환 목적의 주담대를 주로 하는 데 반해 하나은행은 대환용 뿐만 아니라 신규 주택 구입 목적까지 모바일로 구축할 예정이다. 전세자금대출 상품 역시 기존에 카카오뱅크 등에서 한 가지 상품만 선보이는 것과 달리 주택금융공사 등 총 네 가지 상품을 소개해 모바일 이용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대환용 모바일 주담대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환 대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제2금융권도 비대면 주담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페퍼저축은행·SBI저축은행은 개인 사업자의 사업자금을 목적으로 비대면 주담대를 판매 중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각종 모바일 주담대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완벽한’ 비대면 주담대는 없다. 주담대의 특성상 대출금액이 큰 만큼 은행 입장에서 서류의 위변조 가능성 등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에서는 영업점 직원이나 서류배달업체를 동원해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고객으로부터 서류를 받아오는 식으로 모바일 주담대를 운영하고 있다.
신규 주택 구입 목적의 비대면 주담대는 더 복잡하다. 기존 근저당 말소 등기, 소유권 이전 등기, 새로운 근저당 설정 등기를 한꺼번에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게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하나은행에서 신규 매매 목적의 모바일 주담대를 개발하면서 고객이 한 차례 영업점을 방문하는 식의 대면 과정을 생략할 방법을 두고 고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비대면 주담대는 ‘과도기’ 단계”라며 “비대면으로 시중은행의 기존 주담대 고객을 뺏겠다는 케이뱅크의 전략이 은행의 리스크를 줄이고 고객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탁월한 선택이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지영·이지윤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