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 간에 벌어졌던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가 사실상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수당을 재산정한 후 사측이 미지급분을 줘야 한다는 노조 측의 주장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임금을 추가로 주면 경영상의 어려움이 커져 신의칙을 거스른다는 사측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기아차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인 기아차 사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은 노동자 측의 주장 중 정기상여금과 일부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 역시 정기상여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노조원 2만7,000여명은 지난 2011년 정기상여금, 중식대, 일비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야간·휴일·연차수당을 재산정한 다음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청구 금액은 지연이자 포함 총 1조926억원에 달했다. 기아차 노사 단협을 보면 2개월 이상 근속한 이에 한해 매년 짝수 달에 기본급의 100%, 명절과 여름휴가에 각각 50%를 상여금으로 지급토록 했다. 액수는 실제 근무일에 비례해 정해졌다. 상여금의 지급은 연장·야간근무 여부에 상관 없이 이뤄졌다.
1심 재판부는 실제 청구액 중 사측이 지급해야 할 임금은 약 4,223억원이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는 약 1억원 줄어든 4,222억원 지급 판결이 나왔다. 일급제를 적용 받는 생산직·기술직사원들에게 지급할 통상수당을 일부 제외한 결과다. 다만 2심 판결 뒤 노사가 통상임금 지급에 합의하면서 대부분 소를 취하했다. 이에 따라 상고심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노조원 3,521명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소송 참가자가 감소한 만큼 사측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약 500억원선으로 추산된다.
대법원 재판부는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단협 규정상 상여금 지급 시점과 산정 방식, 대상자 선정 기준 등을 종합하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금의 추가 지급이 신의칙에 어긋난다는 사측의 주장은 최종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추가 법정수당액 규모와 회사의 실적 및 수익성,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 등을 볼 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생기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생산직 노동자의 근무시간 중 10~15분간 배정되는 휴게시간에 대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도 유지했다. 기아차의 단협과 근태관리 규정을 보면 1일 소정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뒀는데, 정규 근무시간 중 점심시간을 빼면 딱 8시간이다. 이에 비춰 노사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유지해 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한 토요일 근무에 대해서도 단협에서 휴일로 정했기 때문에 휴일근로수당을 줘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