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통합당 지도부 "호남 지역조직 맡으라" 의원들 “저 말고…”

김종인 비대위 ‘호남 껴안기’ 정책 발표

비례대표 당선권 25% 호남 인사 배치

의원들에 호남 ‘제2 지역구’ 갖기 운동

통합당, 지역구 84명 중 56명이 영남권

호남 ‘당협위원장’ 맡기기에 거부 의사

18년 만에 '호남 당선' 이정현이 마지막

청년정치인 천하람만 전남서 ‘고군분투’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연합뉴스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연합뉴스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사과한 미래통합당이 이번엔 비례대표 의석의 4분의 1을 호남 인사로 채우는 정책을 발표하며 더 큰 ‘호남 껴안기’에 돌입했다. 전체 소속 의원들에게 호남의 각 지역을 ‘제2의 지역구’로 배정하고 민심을 다지는 방안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의원들 대부분이 영남권인 통합당 현역들은 호남행(行)을 꺼리고 있다. 현지에 내려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정성을 다할지는 알 수 없다. 통합당의 진짜 목표가 수도권 유권자의 30%로 추정되는 호남이 고향인 국민들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 “광주 사과는 시작에 불과, 미래 시작”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역사의 매듭을 풀다’ 문구를 배경으로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역사의 매듭을 풀다’ 문구를 배경으로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통합당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첫걸음은 치열한 반성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광주에서 보여드린 모습은 역사의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당 대표급 인사로는 처음 무릎을 꿇고 참회와 사죄의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진영 논리와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지역경제를 위한 미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이날 회의실 배경 현수막(백드롭) 문구도 ‘역사의 매듭을 풀다’로 바꿨다.

정운천 “비례대표 25%, 호남 배치 명문화”


정운천 미래통합당 국민통합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정운천 미래통합당 국민통합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곧 통합당 국민통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운천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당선권의 25% 의석을 호남 인사에게 주도록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겠다”며 ‘호남 비전’을 발표했다.

통합특위는 이와 함께 ‘호남 제2 지역구 갖기 운동’ 계획도 내놨다. 통합당 전체 103명의 의원을 호남 지역 41개 지자체에 명예의원으로 위촉하는 것이다. 의원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지역 현안 사업 해결을 위한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구상이다. 84명의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은 호남 지역구를 하나 더 맡는 셈이다.


또 여야 의원 연구단체인 ‘국민통합포럼’을 활성화해 영호남 공동사업을 발굴·추진하고,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방안 등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21대 총선에서도 통합당은 호남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고, 민주당은 대구·경북에서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며 “통합당이 나서겠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 있게 호남민들에게 다가가 호남에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방향 맞다지만 “가보겠냐”엔 “저 빼고…”

호남 맡으면 차기 총선 ‘무덤行’ 딜레마
문제는 실행 여부다. 통합당은 총선에서 참패하며 지역구 의석 84석 가운데 56석이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총선 직후 통합당을 과거 충청도를 기반으로 고(故) 김종필 총리가 이끈 자유민주연합에 빗대 ‘영남 자민련’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통합당에서 호남 출신 인사는 극소수다. 현역 가운데서는 비례대표로 통합당에 합류했으나 20대 국회에서 지역구가 전북 전주을이었던 정운천 당 국민통합특위 위원장, 김웅 의원(송파갑)도 고향이 순천이다. 비례대표인 전주혜 의원은 광주, 조수진 의원은 전주가 고향이다. 정양석 서울시당위원장도 전남 보성, 함경우 조직부총장은 전북 익산 출신이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몇몇 의원들에게 주요 호남 지역에 내려가 지역 조직을 복구하는 당협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맡으라는 권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합당 의원은 “(이 같은 제안에 의원들이) 호남에 직접 가기보다는 수도권 호남 강세 지역을 맡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7월 30일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도당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2014년 7월 30일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도당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는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호남지역에서 당협위원장을 맡고 지역 조직을 다지면 차기 총선에서 해당 지역에 공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남지역에서 당선된 보수진영 정치인은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서 승리, 재선까지 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마지막이다. 이 전 대표의 사례도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북 군산을에 당선된 강현욱 전 신한국당 의원 이후 18년 만이었다. 현재 통합당 인사 가운데 호남에 거주지를 완전히 옮기고 지역 기반을 다지는 인사는 대구 출신의 청년 정치인 천하람 변호사(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조직위원장)가 유일하다.

통합당이 보이는 ‘호남 껴안기’가 수도권 유권자의 30%가량으로 추정되는 호남이 고향인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구애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호남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로는 안 된다. 수도권에서도 30%가 넘는 호남 출향민들의 표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통합당은 참패한 28석이 걸린 호남에 12명을 공천하는 데 그쳤고 모두 낙선했다. 득표율은 4%였다. 수도권에서도 121석 중에 16명만 당선됐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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