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혼자 또 같이 살아라

전 연세대 교수

<130> 터널 비전서 벗어나려면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고슴도치 신세

터널속 같은 제한된 시야에 갇힐 우려

꼭 마스크 쓰고 필요한만큼만 만나

혼자 일하면서 같이 일하는 지혜 필요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고슴도치 가족 4마리가 오손도손 살아간다. 고슴도치는 아주 뾰족한 가시로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한다. 나쁜 놈이 나타나면 다 같이 가시를 돋운다. 더울 때는 같이 지내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자 바로 이 가시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가시가 서로를 찌른다. 아파서 멀리 떨어지면 또 보고 싶다. 그래서 다가가면 본의 아니게 또 찌른다. 따뜻하면 피가 나고 떨어지면 춥다. 이렇게 ‘붙었다 떨어졌다’를 계속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고슴도치 인생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고슴도치 딜레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딱 고슴도치 같은 처지다. 서로서로 만나서 이야기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도 화상회의로 해야 하니 열불이 난다. 아니 그냥 지친다. 아무리 화질이 좋고 음성이 잘 들린다고 해도 역시 만나는 것만 못하다. 홀로그램 회의가 현실화된다면 조금 더 낫겠지만. 그렇다고 직접 만나자니 코로나19가 딱 가로막는다. 정부도 대규모 집회에는 금지명령을 내린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거리를 둬야 사회적으로 적당한 것일까. 그동안 우리가 너무 간격 없이 밀집된 삶을 살아온 것을 자성해야 하는 것인가. 지금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한적한 곳에 가서 살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 붙어서 살기를 원한다. 같이 있으면 따뜻하고 편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는가.


한 커피숍에 확진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 사람 한 명이 다녀간 뒤에 무려 27명의 확진자가 그곳에서 발생한다. 놀랍다. 그 한 사람이 유달리 바이러스를 많이 뿜어내는 슈퍼전파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어컨이 바이러스를 실내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퍼 나른 결과다. 놀라운 사실은 그곳에서 근무하는 직원 4명은 모두 음성으로 판정 난다. 직원들이 훨씬 더 오래 그 장소에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추정되는데도 말이다. 역시 마스크와 위생장갑의 위력이다. 긍정적 신호는 최소한 마스크라도 쓰면 차단이 확실하다는 것이 이 사례 하나로도 분명해진다. 우리가 살길은 마스크로 다른 사람과 자신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무조건 만나지 않는 것도 답이 아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불필요하게 자주 만나는 것은 더구나 안 된다. 정답은 꼭 마스크를 쓰고 꼭 필요한 만큼만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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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는 뾰족한 가시만큼이나 한 가지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오로지 가시 하나에 목숨을 건다. 반면 여우는 꾀가 많아 굴도 여러 개를 파 둔다.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는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말로 하면 고슴도치는 ‘스페셜리스트(특정 분야 전문가)’고 여우는 ‘제너럴리스트(다방면 인재)’다. 리더는 어느 타입이어야 하는가. 리더는 고슴도치를 잘 이해하는 여우가 돼야 한다. 그런데 스포츠에서 성공한 선수들을 보면 다 고슴도치인 것 같다. 골프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 케이스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즈가 비록 중퇴했지만 미국 스탠퍼드대를 다닐 정도로 공부도 잘했다는 것이다. 로저 페더러 같은 테니스 선수도 테니스 하나만을 한 선수가 아니다. 다른 여러 스포츠도 잘했다.

‘한 우물을 파라.’ 성공하려면 모두가 고슴도치가 돼야 하는가. 한 우물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파서는 안 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파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한 우물에서 성공적으로 판 방식을 다른 우물에도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바로 벤치마킹이고 또 제대로 응용하는 것이다. 고슴도치도 고슴도치끼리만 어울리면 터널 비전(어두운 터널 속 같은 제한된 시야)에 갇히게 된다. 인접 분야에 대한 지식 습득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전공자들과도 만나라. 코로나19가 막으면 화상을 통해서라도. 그런데 고슴도치는 잠을 어떻게 잘까. 지켜보니 고슴도치는 가시가 없는 얼굴을 서로 맞대고 잔다. 혼자 일하면서 또 같이 일할 줄 아는 지혜를 키워라. 코로나바이러스가 가기만을 기다리는 리더보다 코로나19와 더불어 일할 줄 아는 여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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