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7대책’으로 법인의 세 부담이 가중되면서 시장에 ‘법인발(發) 급매물’이 속속 풀리고 있다. 법인발 매물 현황을 보면 시도별로는 대구에서 가장 많은 매물이 나왔으며, 서울에서는 금천·강북·성북구 등 외곽지역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천도론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세종의 경우 법인 매도 물량이 줄었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법인이 개인에게 아파트를 매도한 건수는 6,58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851건)보다 36% 늘어난 수치로 올 들어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시도별로 보면 대구에서 법인이 내놓은 물건을 개인이 매수한 거래는 46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는 같은 유형의 거래가 88건 이뤄졌는데, 이보다 431% 증가한 것이다.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이다. 특히 대구시청 신청사 이전 등의 호재로 올해 초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던 달서구에서 법인 발 매물 거래가 급증했다. 6월까지만 해도 11건에 불과했던 법인→개인 거래가 7월 들어 이보다 34배 뛴 373건 이뤄졌다. 대구뿐만이 아니다. 전남에서도 7월 법인발 매물 거래가 847건 계약됐는데 이는 전달(413건)보다 105% 증가한 거래량이다. 울산은 6월보다 98% 뛴 135건, 충남도 80% 늘어난 252건 이뤄지며 법인발 매물이 다수 소진됐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법인이 내놓은 물건이 다수 출현한 것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지방 부동산에 법인 수요가 몰렸던 탓이다. 실제로 6·17대책이 나오기 전인 올해 1~5월 법인의 아파트 매입 거래를 분석한 결과 서울은 법인 매입 비중이 1.56%에 불과했던 반면 지방에서는 그 비율이 4~6%에 달했다. 반면 세종의 경우 법인의 매도 물량이 반대로 감소했다. 6월 258건이었던 거래가 7월 들어 45건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법인 매물 거래는 서울에서도 늘었다. 6월만 해도 25개 자치구를 통틀어 110건에 그쳤지만 한 달 후인 7월 303건을 기록하며 175% 증가했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지역은 금천구다. 6월 1건에서 7월 들어 55건으로 급등했다. 그다음으로 상승폭이 컸던 지역은 1,000%의 증가율을 보인 강북구였으며 성북구도 2건에서 11건으로 450% 늘어났다. 9억원 미만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법인발 매물 출현이 늘어난 것이다.
한편 법인이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시장에 매물을 하나둘 내놓고는 있지만, 이 같은 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즉각적인 시장 안정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법인거래 비중은 많아 봤자 10% 안팎이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