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깜깜이·고위험 환자 급증...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전국 적용

깜깜이 환자 20%·고위험군 환자 32%...위중증 환자 늘어

23일부터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전국 확대...강원도와 경북은 권고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순차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21일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선별진료소 앞에 파업으로 인한 코로나 검사 미시행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권욱기자 2020.8.21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순차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21일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선별진료소 앞에 파업으로 인한 코로나 검사 미시행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권욱기자 2020.8.2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0명 중 2명은 감염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깜깜이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2주간 방역당국에 신고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2,440명 가운데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494명으로 신규 확진자의 20.2%에 달했다.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려면 신속하게 감염원을 밝혀내고 접촉자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데 깜깜이 환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시간이 걸려 2차, 3차 전파로 이어지는 ‘n차 전파’를 막는 게 힘들어진다.

‘깜깜이 환자’ 비율이 20%를 넘어선 것은 방역당국이 관련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4월 이후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고령 환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2주간 발생한 65세 이상 신규 확진자는 773명으로 같은 기간 신규 확진자의 32%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중·중증 환자도 최근 증가세를 보였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상태가 위중하거나 중증인 환자는 전날보다 7명 늘어난 25명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확진될 경우 중증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인 어르신들은 특별히 외출이나 만남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렘데시비르’ 공급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권 부본부장은 “현재 공급자 측의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렘데시비르 공급이 불규칙적이고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투여대상자 기준을 70세 이상 환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것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 발생 추이를 볼 때 이번 주말이 향후 유행 여부를 가를 ‘고비’라고 언급하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주말이 수도권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폭발적인 증가를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지금과 같은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이번 주말마저 거리두기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만회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함에 따라 그간 수도권에 한정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강화 조치를 2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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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및 의사단체 집단휴진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코로나19의 전국적인 대규모 유행이 시작되는 기로라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내일(2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적으로 2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다만 “환자 발생 수와 집단감염 사례가 작아 방역적 필요성이 떨어지는 일부 지자체의 경우 2단계 거리두기의 조치를 강제보다는 권고 수준으로 완화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거리두기 2단계 권고가 적용되는 일부 지자체로 강원도와 경북을 적시했다.

박 장관은 “지금은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힘을 모아 위기에 대응해야 할 때로, 우리에게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국민적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19 확산 조짐이 보이자 지난 16일부터 서울·경기에 한해 방역수위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 조정했고, 19일부터는 인천까지 포함한 수도권 전체에 방역 강화 조치를 내렸다.

전국 모든 시·도에 적용되는 2단계 조치는 지금의 수도권 조치와 동일하다. 다만 행정적 조치와 현장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1∼3일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2단계 조치하에서는 실내 50인 이상·실외 100인 이상 모임 등이 금지되고 클럽과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 감염 고위험시설 12종의 영업이 중단된다. 음식점, 목욕탕, 결혼식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마스크 착용과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 명부 도입 등 강화된 방역수칙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역의 학교는 오는 26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등교 인원을 줄여서 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박 장관은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집회 등에서 시작하는 2차, 3차의 연쇄 감염이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할 것이며, 자칫하면 지난 3월의 대구·경북과 같은 대규모 확산이 전개될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확진자 폭증에 대비해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날부터 수도권 긴급대응반을 가동하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환자는 중증도에 따라 병상을 배정하고 있다. 박 장관은 “수도권 중환자 치료 병상은 75개인데, 1주일 내로 30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고 경증·무증상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도 오늘 문을 여는 경기도 교육연수원을 비롯해 다음 주까지 총 4곳을 추가 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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