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우편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원이 배송을 지연시킬 수 있는 연방 우체국의 서비스 변화를 ‘원천봉쇄’하는 법안을 22일(현지시간) 통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시행할 경우 부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체국 무력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이례적으로 휴회기간 ‘토요일 본회의’까지 소집하며 법을 처리하는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연방 우체국의 운영 변화를 금지하고 우편 서비스에 250억 달러(약 29조7,000억여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지원 법안을 가결했다. 하원은 이날 오후 표결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미국을 위한 배달 법안’을 찬성 257표, 반대 150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우편투표 용지를 포함해 우편물 배달을 늦출 수 있는 서비스 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편물 분류 기계와 공공 우편함 제거를 금지하고 서비스를 지연시킬 수 있는 운영 변화를 원상 복구하며 선거 우편물을 1종 우편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자금난을 겪는 우체국 재정 지원을 위해 25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지난 6월 임명된 루이 드조이 연방우체국장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고속 우편물 분류기 축소, 우편함 제거, 초과 근무 금지 등을 시행한 후 발의됐다. 드조이 국장의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가 선거 부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편투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과 맞물려 우편투표 실시의 차질을 의도한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하원 통과와 별개로 이 법안이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망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인데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하원 단독의 우편 서비스 법안을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민주당도 실제 상원 통과까지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휴회기간 주말에 본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절박함을 표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우편투표 방해작전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