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창문없는 쪽방서 다닥다닥…노모와 아들은 오늘도 무더위·코로나와 싸운다

창문없는 방서 찜통더위 버티느라 마스크 착용도 쉽잖아

쉼터도 대부분 폐쇄...9월 무더위 예보에 시름만 깊어져

서울 관악구 삼성동 판자촌 너머로 아파트단지가 보인다./방진혁기자서울 관악구 삼성동 판자촌 너머로 아파트단지가 보인다./방진혁기자



장마철이 끝나고 찾아온 폭염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다시 확산세를 이어가면서 거주환경이 열악한 판자촌·쪽방촌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署)가 23일이었지만 연일 폭염 특보가 이어지면서 무더위는 9월까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다수 무더위 쉼터는 폐쇄됐고 창문 없는 방에서 여름을 버텨야 하는 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조차 사치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의 한 판자촌에 거주하는 신남순(95)·양병년(71) 모자는 에어컨 없는 방에서 찜통 같은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비좁은 문을 열자 찜질방같이 텁텁하고 더운 습기가 느껴졌다. 판자촌 특성상 이웃끼리 집이 비좁게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이다. 방에는 창문 하나와 선풍기 1대가 전부였다. 아들 양씨는 “요즘에는 방에 있으면 너무 덥기 때문에 어머니가 집 밖에만 계신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삼성동의 한 판자촌에 거주하는 신남순(95) 할머니가 무더위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방진혁기자서울 관악구 삼성동의 한 판자촌에 거주하는 신남순(95) 할머니가 무더위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방진혁기자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세 부담에 무더위를 떨치기에는 역부족이다. 판자촌 주민 A씨는 “오래된 에어컨이 있는데 전기세가 무서워 잘 틀지 못한다”고 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이날부터 전국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무더위 쉼터도 한동안 제한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앞서 경기도 안산시는 경로당 96곳을 무더위쉼터로 운영하려다 다시 문을 닫았고 부산시는 1,295개 무더위쉼터 중 995개소에 대해 무기한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쉼터는 에어컨까지 가동돼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야외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찜통더위에 사람들이 발길은 뜸하기만 하다.


일부 운영되는 쉼터마저도 저녁 6시에 문을 닫거나 연장 운영해도 밤 9시에는 쉼터를 떠나야 한다. 이에 쪽방촌 주민 중 일부는 아예 밖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서울경제가 지난 19일 밤 찾은 영등포 쪽방촌 입구에서는 30여명의 주민들이 상자를 깔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거실·안방·화장실 등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판자촌과는 달리 쪽방촌의 집들은 고시원 단칸방 수준이다. 공용으로 쓰는 화장실에서는 눅눅하고 퀴퀴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새벽 거리를 배회하던 쪽방촌 주민 B씨는 “윗층에는 창문이 있어 좀 낫지만 아래층은 창문도 없고 환기도 되지 않아 정말 덥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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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여서 폭염은 물론 코로나19에도 더욱 취약하다. /방진혁기자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여서 폭염은 물론 코로나19에도 더욱 취약하다. /방진혁기자


창문없는 방에서 부채로 여름을 버티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주민들. /방진혁기자창문없는 방에서 부채로 여름을 버티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주민들. /방진혁기자


다닥다닥 서로 붙어있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높다.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와 찜질방 같은 좁은 방에서 찜통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이들에게 마스크 착용도 현실적으로 무리한 요구로 보였다. 쪽방촌의 한 주민은 “코로나 걱정은 되지만 마스크를 쓰면 너무 덥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판자촌 방역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낮에 방역을 위해 찾아와도 더위에 주민들이 집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올 폭염은 9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기상 전망에서 9월 평균기온이 평년인 20.1∼20.9℃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역대 최장을 기록한 장마가 끝난 지난 11일부터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연일 발령되면서 무더위와 사투를 벌어야 하는 판자촌과 쪽방촌 거주민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방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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