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두 개의 허리케인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열대성 폭풍 마르코가 시간당 75마일(120㎞)의 최대풍속을 기록, 이날 허리케인으로 격상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풍속은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다시 위쪽으로 끌어 올릴 정도로 거세다. 마르코는 이날 저녁 멕시코만 중앙에서 시간당 13마일(21㎞)의 속도로 북상 중이며 2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시간 또 다른 열대성 폭풍 로라 역시 시간당 60마일(95㎞)의 바람과 함께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에서 쿠바 동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NHC는 로라가 멕시코만을 지나며 세력이 강해져 25일 오후쯤 허리케인으로 격상, 26일에는 미국 해안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라가 허리케인으로 격상되면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00년 이후 처음으로 48시간 이내에 두 개의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에 상륙하게 된다.
이른바 ‘쌍둥이 허리케인’ 소식에 멕시코만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시설은 이미 대비에 나섰다. 이날 미국 내무부는 멕시코만 석유 생산의 58%, 천연가스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규모의 생산 시설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앞서 BP와 셰브런은 21일부터 생산 중단에 들어갔으며 머피 오일과 BHP도 22일 일부 노동자를 대피시켰다. AP통신은 허리케인으로 인한 시설 대피는 늘 있었던 만큼 당장 업계에 큰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큰 타격을 입은 업계에 또 하나의 근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인근 지역 주민들도 이미 대피한 상태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24일 오전 강풍이 시작된다며 마르코와 로라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허리케인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는 이미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역시 쌍둥이 허리케인에 대비해 루이지애나와 텍사스에 대응팀을 파견했다.
로라는 이미 카리브해 지역을 강타해 사상자를 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이티에서 10살 여자아이가 집을 덮친 나무에 깔려 숨지는 등 5명이 사망했다. 국경을 맞댄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무너진 벽에 깔려 여성과 7세 어린 아들이 목숨을 잃은 것을 비롯해 3명이 숨졌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선 수십만 가구에 정전과 단수가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