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규제로 아파트 거래시장이 위축되면서 외지인 매입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종과 대전의 경우 지난 7월 들어 외지인이 아파트를 사들인 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은 절반가량을 외지인이 매입했을 정도다. 여당발 천도론으로 세종은 물론 인근 대전에도 타지 수요가 몰린 것이다. 세종 아파트는 전용 84㎡ 기준으로 ‘10억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줄어드는 외지인 매입 비율=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전국의 외지인 아파트 매입 비율은 24.7%이다. 전달인 6월(26.9%)보다 2%포인트 넘게 줄었다. 지역별 통계를 봐도 이 같은 추세가 관측된다. 6월 서울에서 이뤄진 전체 거래(1만1,106건) 중 서울이 아닌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매입한 건수는 2,475건으로 전체의 22.2%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 달 후인 7월에는 전체 1만6,002건 중 3,457건으로 그 비율이 21.6%로 줄었다. 경기도는 5월 25.7%에서 6월 28.3%로 감소했다. 외지인 비율이 30%를 넘었던 인천도 7월 들어 29.1%로 떨어졌다.
지방은 더 심하다. 울산의 경우 6월 26.3%에 달하던 외지인 비율이 한 달 새 10%포인트가량 떨어진 18.8%를 기록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방사광 가속기 호재로 전국에서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급등했던 충북 지역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외지인 비율이 37.1%(6월)에서 33.4%(7월)로 떨어졌다.
◇ 천도론에 세종·대전은 ‘딴 세상’=외지인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세종과 대전은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세종은 안 그래도 40.4%로 높았던 외지인 매매거래 비율이 7월 43.4%로 더 증가했다. 7월 전체 거래량인 1,575건 중 절반가량인 684건이 세종이 아닌 지역에 사는 외지인의 매입인 셈이다. 대전도 7월 외지인 비율이 전달보다 4.9%포인트 증가한 26.3%를 기록했다.
세종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외지인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도 연일 상승세다. 전용면적 84㎡(30평형) 아파트 실거래가가 10억원에 근접했다. 이달 11일 거래된 새롬동의 ‘새뜸마을12단지’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전고가보다 2억원 비싼 9억 5,000만원이었다. 지난해 입주한 보람동 ‘호려울마을3단지’ 전용 84㎡도 7월 말 9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전고가보다 2억5,000만원 뛴 가격이다. 호가는 이미 10억원을 넘어섰다. 새뜸마을12단지의 전용 84㎡ 호가는 현재 10억~11억원대이다. 대전은 이미 전용 84㎡가 1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왔다. 유성구 도룡동의 ‘스마트시티2단지’는 6월 말 전용 85㎡가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0억1,000만원 거래가 나오며 ‘10억원’ 가격대를 굳혔다. 한 전문가는 “여당의 천도론이 대전과 세종의 집값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