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유명 유튜버들의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과 ‘브이로그(일상 영상)’를 즐겨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뒷광고’ 논란이 터지고 나서야 오늘은 어떤 음식이 ‘땡겨서’ 먹었다, 정말로 내 돈을 주고 산 가방이다… 이런 멘트들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좋아하던 유튜버들에게 너무 큰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 (20대 직장인 A씨)
유명 유튜버와 이들이 소속된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이 일명 ‘뒷광고’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구독자가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유명 유튜버들이 직접 구매한 것처럼 물건을 등장시켜 홍보하고, 뒤로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상을 유통한 플랫폼인 유튜브 역시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뒷광고 관행이 폭로되면서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유튜브가 구독자와 조회수의 숫자에 따라 광고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서다. 유튜버는 구독자 수 1,000명, 연간 누적 시청시간 4,000시간을 충족하는 경우 업로드하는 동영상에 광고를 붙일 수 있다. 유튜브 통계분석 스타트업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개인 유튜브 채널 중 광고 수익을 올리는 채널은 5만 개가 넘고, 이중 3,800여개 채널은 1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해 연수입이 8,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연간수입이 억대에 달하는 구독자 100만 이상 한국 채널만 331개에 달한다.
영상 내 광고 외에도 아예 브랜드와 함께 손을 잡고 제작하는 콘텐츠형 광고인 ‘브랜디드 광고’ 역시 유튜버의 주요 수익원이다. 브랜디드 광고를 제작하면서, 광고임을 고의적으로 숨겼다는 게 뒷광고 논란을 불렀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가수 강민경 등 유튜버는 뒷광고 논란이 일자 뒤늦게 광고 표기를 누락했음을 인정하며 사과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위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기만하는 행위 등을 부당한 광고로 규정하고 금지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다만 현행법은 대상을 사업주와 사업자 단체에 한정하고 있어, 광고주가 아닌 유튜버에게는 적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영상 유통 플랫폼인 유튜브 역시 책임소재에서 벗어나 있다. 유튜브는 뒷광고 논란에 고객센터를 통해 “모든 유료 프로모션은 유튜브 광고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유튜버가 유료 광고 콘텐츠를 게시할 때, 공개 메시지를 통해 이를 시청자에게 알리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오는 9월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이 시행되는 데 따른 ‘늑장대응’에 가깝다. 개정안 시행에 따라 앞으로 유튜버를 비롯한 ‘인플루언서(유명인)’는 금전적 대가를 받고 SNS에 사용 후기를 올릴 때 광고임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게시물의 제목, 영상 시작과 끝 부분에 ‘협찬 받음’ ‘유료 광고’ 등 광고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
유튜브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각종 SNS 플랫폼 사업자가 법망 밖에 있다는 지적을 반영하기 위해 공정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와 추가로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지침 개정을 통해 다양한 SNS 특성 등 변화된 소비 환경을 반영하고, 광고주와 인플루언서 사이의 경제적 이해 관계를 명확히 공개해 기만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