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많이 파는게 능사 아니다"...펀드 선정·사후관리 '현미경 검증'

[금융사-소비자 '투자동행'이 답이다]

<상> 투자자보호 나선 증권사들

소비자보호부서에 검증권한

이벤트·프로모션 등 단속도

투자설명서 알기쉽게 바꾸고

직원들 성과평가기준도 손질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사고로 몸살을 앓은 금융투자 업계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라임이나 옵티머스펀드와 같이 운용사의 불법행위가 드러난 펀드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수익률이 급락한 펀드의 경우 불완전판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판매사인 증권사들은 이미 사고가 터진 펀드의 경우 자체 보상안을 마련하는 한편 아예 상품 검증부터 판매, 그리고 사후관리까지 단계별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이제라도 소비자 보호 장치를 튼튼히 마련해놓아야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상품 판매전 현미경 검증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등 투자상품 판매사들이 상품의 검증 절차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그동안 영업부서에서 특정 펀드의 판매 여부 결정권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펀드의 검증보다는 상품성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제는 소비자 보호 관련 부서에서 상품 검증 권한을 갖도록 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가 상품선정 단계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품심사감리부를 설립해 상품선정부터 사후관리까지 분기마다 감리 결과를 발표한다. 대신증권도 상품내부통제부를 지난달 신설해 금융상품 출시와 사후관리까지 상품 관련 모든 단계를 관리하도록 했다. 특히 상품내부통제부가 운용사의 제안서·내무실사보고서를 제출받고 허가한 상품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상품위원회에 부의되는 상품에 대해 소비자보호부서가 2회에 걸쳐 상품제안서를 심사하도록 하고 소비자보호부서장과 리스크담당부서장이 반대 시 판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벤트나 프로모션이 함부로 이뤄지지 않도록 단속하기도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벤트·프로모션·영업점의 성과평가 기준 등을 소비자보호부서와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상품 검증단계에서 아예 외부전문가와 일반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판매사도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상품협의체에 내부 전문가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와 일반고객이 참여해 위험성, 상품설명서 등에 대해 검토한 자료를 만들고 이를 대표이사 및 이사회까지 보고한다. 고객 관점에서 상품을 검증하고 적합한 고객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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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상품설명서 쉽게… 가입 철회도 용이하게 =판매사들은 판매 단계에서의 불완전판매와 사후 관리 강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사실 그동안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사모펀드 설명서는 펀드 개요를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투자 위험을 명확히 기재에 투자자들이 위험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명서를 바꾸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일반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상품의 투자위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쉬운 설명서’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반드시 알아야 할 상품별 위험등급과 원금손실 가능성 등의 핵심정보를 이미지로 표기해 이해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NH투자증권은 판매 후 해피콜을 통해 상품 판매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를 모니터링해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도 사모펀드 상품설명서에서 투자 대상과 투자 위험을 충실히 기재하도록 했다. 특히 상품설명서는 소비자보호팀의 사전검토와 준법감시인의 최종 승인이 떨어져야 교부가 가능해졌다. 하나금융투자도 상품감리팀을 신설해 판매 후 모니터링 및 사후조치를 전담하도록 했다.

◇많이 파는 게 능사가 아냐…“제대로 팔아야 고과 반영”= 특히 불완전판매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던 영업직원들의 성과평가기준(KPI)을 손질하는 판매사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판매 금액에 맞춰 고과를 매기다 보니 직원들은 펀드 판매 목표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이제는 성과 평가 비중에 민원·불완전판매·미스터리쇼핑 결과 등 소비자 보호 관련 항목의 배점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KB증권의 경우 올해 1월과 7월 2회에 걸쳐 소비자보호항목의 KPI 비중을 확대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고객의 수익률과 고객관리, 분쟁 발생 건수와 같은 소비자보호 부문의 항목을 강화했다.

특히 자체 미스터리쇼핑을 강화하며 영업직원들의 불완전판매를 차단하려는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IBK증권은 분기별로 미스터리 쇼핑을 확대 실시하고 PB들의 상품숙지 확인제도도 신설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소비자보호 오피서를 도입해 반기마다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상품판매 과정을 점검하고 완전판매 프로세스 및 사고예방 교육을 수행할 방침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사모펀드 사고가 터진데다 내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판매사들이 소비자 보호 관련 장치를 뒤늦게나마 강화하고 있다”며 “결국 신뢰가 영업기반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박경훈·서지혜·심우일기자 hasim@sedaily.com

이혜진·박경훈·서지혜·심우일·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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