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름은 프로이센의 2대 국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의 지시에 따라 샤리테(Charite)로 정해졌다. 샤리테는 프랑스어로 ‘자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샤리테 병원이 구제활동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샤리테 병원은 1810년부터 베를린 훔볼트대의 병원으로 사용됐다가 1906년 병리학자인 루돌프 피르호의 이름을 딴 부설병원을 개원했다. 2003년에는 베를린자유대의 의과대학과 통합해 유럽 최대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의사 3,800명을 포함해 1만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병상도 3,000개에 이른다.
샤리테 병원은 연구·교육 사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로베르트 코흐가 이곳에서의 실험을 바탕으로 결핵균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는 등 11명의 노벨 의학상과 생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1991년에는 뇌사 이전의 환자를 임의로 장기 이식에 동원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샤리테 병원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데, 감염학 권위자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유럽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최근 독극물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독일의 인권단체가 앰뷸런스 비행기까지 보내 입원시킬 정도로 샤리테 병원은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들이 신뢰하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300여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샤리테 병원이 자선 정신을 살려 소중한 인권과 생명 지킴이 역할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