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차 재난지원금 왜 멈췄나] 피해 가늠 어렵고 재정도 바닥...3단계 상향 땐 추가대책 부담

섣불리 지원안 확정하면 5차추경 상황 올까 부담도

당정청 '재난지원금 대상·규모 정교화' 필요성 인정

내년 예산안 마무리되는 다음달께 논의 재개할듯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급물살을 타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일단 현 시점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소득 하위 50%, 추석 전 지급 등 대상과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이 상당히 불확실한데다 재정 여력에 한계가 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야당에서 먼저 어젠다를 꺼냈다는 점을 거여(巨與)가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24일 여권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저녁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는 현 시점을 방역의 중대 고비로 보면서 경제 피해 대책은 추후 판단하기로 했다. 12일 수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 막힌 데 이어 두 번째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재원이 많이 들고 지금 상태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피해 상황 불확실성 높아=우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피해 상황이 가늠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달 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23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대에 육박했지만 아직 정점이 아니라고 본다”며 현재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이번 주까지 상황을 보고 경제 추이를 감안해 추후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된다면 경제가 올 스톱되기 때문에 이에 병행하는 재난지원금과 고용·실업대책 등 대규모 지원책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2차 지원금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지금 시점에서 지원 방안 윤곽을 확정해버리면 한두 달이 지나 또다시 5차 추경을 거론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면 제조업 타격에 대응해야 한다”며 “전방위적 종합대책을 염두에 두고 재정 여력을 함께 검토해야지, 일시적 내수 진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떨어진 재정 여력…정밀한 효과분석 선행돼야=허약해진 재정건전성 문제도 크다. 올해 59조원 규모의 세 차례 추경을 거치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1조5,000억원까지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1%에서 올해 43.5%로 치솟는다. 2차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4차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해 또 100% 빚을 내는 적자국채를 찍어야 한다. 재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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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지원 대상과 규모를 정하는 것부터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핵심 인사들은 또다시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리는 방안은 극도로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경제부총리 역시 “2차 재난지원금은 1차 때와 같은 형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4분기 가계동향 통계를 보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줬더니 오히려 가구원 수가 많은 고소득 가구에 더 많은 돈이 돌아갔다. 소득은 늘었어도 저축을 하면서 소비진작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재정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효과를 내도록 추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예산안 발표 후 다음달께 논의 재개될 듯=시기적으로도 내년 정부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 있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9월 초 국회에 예산안을 내고 그때까지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보면서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 경우 코로나19 피해가 장기화된다고 보여지면 내년 예산안에도 관련 분야 예산을 추가로 증액할 수 있다.

그럼에도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시기의 문제일 뿐 다음달에는 본격적으로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불과 며칠 만에 기정사실화하면 ‘매번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할 때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어 당 지도부의 우려가 크다”면서도 “이번주 내로 확진자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한 지도부도 더 이상 방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차 추경과 2차 지원금 이슈를 먼저 꺼냈다는 측면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종=황정원기자·박진용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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