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예금이자를 더이상 못 견딘 투자자들이 금리 연 3%대인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에 몰리고 있다. 예금을 선호하던 안정 고객들도 올 들어 예금 금리가 1%를 밑돌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특히 법인이나 거액자산가뿐 아니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의 소액고객들까지도 투자 관심도가 높아졌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 들어 1조1,000억원이 넘는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을 일반 법인 및 개인고객들에게 판매했다. 지난해에도 약 1조4,000억원어치를 팔았으나 올해 8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지난해 판매액의 80%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신종자본증권은 바젤Ⅲ에서 은행의 자본으로 인정해주는 조건부자본증권(Contigent Convertible Bond·코코본드) 중에서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띤다. 코코본드 중에는 후순위채도 있으며 이는 변제순위가 신종자본증권보다 앞서는 ‘채권’이다.
코코본드 중에서 신종자본증권의 인기가 오르는 이유는 저금리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이미 1% 중반까지 내렸던 예금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가 0.5%까지 떨어지며 이제는 1%를 밑돌고 있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년 만기 예금 금리는 우리은행 연 0.8~1%, 하나은행 0.8~1.05%, DBG대구은행 1.02~1.35%, 신한은행 0.8~1.2%다.
우량 회사채 금리 역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5년 만기 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중순 2% 선이었으나 올 들어 1.7% 선까지 내렸다.
반면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는 3%를 웃돈다. 지난달 발행된 KB금융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3.17~3.38%였으며 오는 28일 발행 예정인 하나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3.2~3.55%로 금리가 확정됐다. 분기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점도 은퇴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지만 조기중도상환(콜) 옵션이 붙어 있어 사실상 5년 또는 10년 만기 채권과 유사하다. 은행이 법적으로 중도상환을 거부할 수 있지만 실제 국내 은행들은 평판 리스크 때문에 거부한 사례가 없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는 점도 안정지향적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이유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은행 예금만 맡기던 일반 법인이나 거액자산가들도 올 들어 예금금리가 1%를 밑돌다 보니 ‘은행 예금보다 차라리 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돈을 넣겠다’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가량의 예금을 코코본드로 돌리는 일반 투자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코본드의 경우 수십만원대의 소액투자도 가능하다.
최근 국내 금융지주들도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활발하게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가운데 투자 수요가 몰리며 발행량을 늘리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28일 당초 3,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고 했으나 수요예측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몰리며 5,000억원으로 발행량을 늘렸다.
그러나 리스크가 없지는 않다. 5,000만원까지 원금 보장이 되는 예금과는 달리 자본 부족으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일반 국채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져 중도에 매각하기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지주들의 이익잉여금이 충분한 상황에서 안정성과 절대금리 수준이 둘 다 높은 신종자본증권은 저금리 시대의 좋은 투자 대안”이라며 “다만 일반 채권과는 다른 점이 많아 리스크를 충분히 숙지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