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지금 개신교계에 필요한 거리두기는

최성욱 문화레저부 기자




“전광훈은 개신교 목사가 아니라 이단이다. 사랑제일교회 사태는 극히 일부 신자들의 일탈행동이지 전체 개신교 문제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목사가 최근 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싸고 내놓은 발언이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개신교 교회들이 일제히 전 목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진보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다. NCCK는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를 더 이상 목사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했다. 또 다른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사랑제일교회는 본연의 종교활동을 넘어서 정치집단화되었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다”며 “조속하게 교회의 본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개신교계에서는 전 목사를 향한 비난 여론이 전체 개신교로 확산하는 상황을 우려한 일종의 거리두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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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회발 코로나19 확산을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만의 문제로 떠넘기기는 어렵다. 개신교계는 지난달 8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교회 모임과 행사를 금지하는 핵심 방역수칙 의무화를 발표하자 “종교단체 중 교회만을 지정해 지침을 낸 것은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교회를 대상으로 한 방역강화 조치는 결국 2주 만에 해제됐다. 그러는 사이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는 사랑제일교회, 경기 김포 주님의샘교회 등 교회를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대면예배를 전면 금지하는 집합제한명령을 내린 후에도 지난 주말 서울·경기·부산 등에서는 교회 1,400여곳이 대면예배를 강행하다 적발됐다. 이 모든 상황을 전 목사 탓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내 개신교 신자는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고비가 이번 주말 개신교계의 동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개신교계에 필요한 것은 전 목사와의 거리두기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대한 부응이다. secret@sedaily.com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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