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전기요금 유가연동제 ‘우회 인상’ 포석 아닌가

한국전력공사가 연말 전기요금 개편에 맞춰 9년 만에 ‘연료비 연동제’를 다시 추진한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 생산에 쓰이는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연료 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연동제 인가 권한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갖고 있지만 거대 여당이 힘을 보탤 경우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한전은 연동제를 도입하면 합리적 전기 소비를 유도하고 유가에 따라 회사의 손익이 좌우되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2011년에도 연동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포기했다.


유가 연동제는 한전의 설명대로 나름 일리가 있다. 한전 관계자는 “연동제를 도입하더라도 반드시 전기료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요금 제도 개편의 목적이 국민 편익을 우선하는 순수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우회 인상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편으로 새 제도를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2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매년 흑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조3,566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전은 여러 갈래의 적자 요인을 꼽지만 탈원전정책이 직격탄이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탈원전으로 2017년 대비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25.8%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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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당에 연동제를 들고 나오니 탈원전의 악영향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연료비가 가파르게 올라갈 경우 연동제는 전기요금 인상의 구실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원가 현실화에 앞서 탈원전정책을 먼저 버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값싼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배제한 채 전기요금 합리화만 외치니 국민들이 쉽게 고개를 끄떡이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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