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공상을 공감으로…'SF콘텐츠' 뜬다

가까운 미래 배경 담은 'SF8'

시간여행 소재 드라마 '앨리스'

국내 첫 우주 SF영화 '승리호'

비현실적 '코로나 시대' 맞아

현대인에 현실감 있게 다가와

SF8 ‘우주인 조안’의 한 장면. /사진제공=웨이브SF8 ‘우주인 조안’의 한 장면. /사진제공=웨이브



외출할 때는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복과 비슷하게 생긴 청정복을 입고 다녀야 한다. 태어나자마자 값비싼 항체 주사를 맞느냐 못 맞느냐에 따라 수명은 100세와 30세로 나뉜다. 물론 항체가 있더라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온갖 노력을 이어간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드라마 ‘SF8’ 중 한 편인 ‘우주인 조안’에서 그린 미래는 마냥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청정복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된 현재 상황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요즘, SF 장르가 시청자들에게 성큼 다가왔다.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 장르는 과거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사랑을 받았다.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SF장르는 로맨스·스릴러·코미디 등에 비하면 비선호 장르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설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SF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SF8./사진제공=웨이브SF8./사진제공=웨이브


‘SF 대중화’의 물꼬를 튼 것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8편의 SF 앤솔러지 시리즈 SF8다. SF8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며, 영화 감독들이 연출을 맡은 드라마다.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는 김동식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간호중’은 김혜진 작가의 단편소설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를 각각 원작으로 하는 등 국내 SF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들이다. 김초엽, 심너울 등 독창적인 작가군이 부상하면서 국내 SF소설 시장이 주목받는 가운데 SF 콘텐츠를 보다 대중적인 장르로 확대한 것이다.


SF8은 지난 7월 웨이브 선공개 이후 현재까지 약 60만명의 누적 시청자 수를 기록하고, 공개 한 달 간 시청 순위 10위권대를 유지하며 인기 방송 콘텐츠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14일부터는 매주 MBC에서 방영되며 시청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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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SF 장르와 마찬가지로 SF8은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신기술로 인해 발생한 미래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하지만 20~30년 후의 가까운 미래를 다루는데다가 현재 우리가 공감하고 직면한 문제들과 맞닿은 스토리로 공감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민규동 감독의 ‘간호중’은 AI 간호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돌봄 노동과 존엄사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겪고 있는 요즘, 드라마 속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늘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일상을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지만 어느새 현실이 된 것처럼, 코로나19 경험을 통해 SF 속 모습들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점이 드라마에 크게 공감을 할 수 있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드라마에서 적잖이 다뤄진 소재인 시간여행에 관한 SBS 드라마 ‘앨리스’가 ‘휴먼 SF 드라마’를 내세우는 것도 SF 장르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배우 김희선이 시간여행 시스템 앨리스의 기본원리를 구축한 과학자로 등장하는 ‘앨리스’는 오는 2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영화 승리호 스틸컷./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영화 승리호 스틸컷./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국내 첫 우주 SF영화라는 장르를 개척하는 ‘승리호’는 다음달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승리호’ 역시 익숙하지 않은 듯 익숙한 이야기를 다룬다. ‘승리호’의 조성희 감독은 “작품 속 인물들은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승리호에 탑승한 인물들은 이주 노동자 같은 신분이며, 근사한 초능력 수트를 입은 할리우드 영웅들이 아닌 한국의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고 소개했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SF 장르는 할리우드에서만 다루는 장르라고 생각해왔지만 앞으로 한국에서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한국에서 좀비물이 잘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킹덤’ 등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형 좀비물이 탄생한 것처럼, 한류 콘텐츠 자체가 글로벌 콘텐츠가 되면서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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