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형 뉴딜에 20조원' 브레이크 없는 재정 지출 어디까지

내년 역시 재정확대 기조로

재정전문가 우려 커져

당정이 내년도 예산안에 한국형 뉴딜과 청년희망 패키지 지원사업을 각각 20조원 이상 반영한다고 26일 밝혔다. 특수고용노동자 및 플랫폼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신규 적용하고 지역사랑상품권도 15조원 규모로 발행한다. 당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확대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역대급’ 슈퍼 예산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년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연합뉴스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년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021년 예산안 당정협의회의를 거친 후 이같이 브리핑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선도형 경제기반 구축을 위한 한국판 뉴딜사업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확대해 총 20조원 이상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그린스마트스쿨, 미래차 등 10대 대표사업을 선정해 예산을 투입하고 안정적인 재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당정은 구직에서 취업·창업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청년희망 패키지 지원사업에도 2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역시 15조원 규모로 확대한다.

이 외에 당정은 △청년·신혼부부에 공적임대주택 19만가구 공급 △예술인과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고용보험 적용 △척추디스크·흉부초음파 건강보험 확대 △안전등급에 미달하는 저수지 및 국가하천 개보수 △공공와이파이 1만5,000개소 설치도 예산안에 담기로 했다.

조 의장은 “당정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엄중히 인식하고 조속한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을 위해 내년 역시 적극적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예산편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아무런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한국판 뉴딜에 야당과의 조율이나 국민적 합의도 없이 20조원 이상을 반영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회성 사업들을 통해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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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확장재정 기조 관측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확장재정 의지를 재차 강조함에 따라 내년 예산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초(超)팽창으로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총지출 증가율(본예산 기준)을 각각 9.5%와 9.1%로 가져가며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왔다. 내년도 예산 역시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 올해 본예산 대비 8∼9% 늘린 550조원대 중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정협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 연장선에서 내년 예산안은 올해의 확장재정 기조가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체계 관리 가능 범주 내에서 최대한 재정을 뒷받침하도록 예산 편성을 도모하겠다”고도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에도 확장재정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장은 미국·일본 같은 기축통화국과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비교하며 “(우리는) 재정을 전폭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를 ‘불필요한 논쟁’으로 규정하며 과감한 재정 투입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한국판 뉴딜과 청년희망 패키지 지원에 각각 20조원 이상을 반영하고, 고교 무상교육도 1년 앞당겨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올해 9조원에서 내년 15조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흉부(유방) 초음파와 심장 초음파, 척추디스크 등 급여항목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내년도 재정운용 여력 축소시킬 것"
이처럼 당정이 확장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브레이크 없는 정부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현시점에서는 과거보다 증가율을 낮게 가져가더라도 지출 규모를 지금까지 워낙 크게 늘린 터라 불어나는 액수 자체는 엄청나다. 올해 본예산이 그 전해보다 9.1% 늘어난 512조3,000억원인데, 절대액으로는 42조7,000억원이 늘었다. 만약 내년도 예산안 증가율을 8%까지 낮춘다 해도 늘어나는 지출 규모는 약 41조원으로 별 차이가 없다.

한국재정학회장인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기 상황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내년도 재정운용의 여력을 축소 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내년만큼은 확장재정을 자제하고, 이후 경기 불안이 커진다면 그때 가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든지 하는 식으로 재정 운용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확장재정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악화한 재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수립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엽·세종=한재영기자 inside@sedaily.com

김인엽·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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