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극장가에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기가 찾아왔다. 관객들의 발길도 뚝 끊기고, 설상가상 극장 좌석도 줄어들었다.
이 상황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던 외화 ‘빅3’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해 눈길을 끈다. ‘테넷’은 정상 개봉하며 정면돌파를 택했고, ‘뮬란’과 ‘뉴 뮤턴트’는 또 개봉을 미뤘다.
26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은 코로나19 재확산세에도 흥행 청신호를 켰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에 따르면 ‘테넷’은 개봉 당일 13만 7,855명을 모았다. 지난 22일~23일 프리미어 상영 기간을 포함한 누적 관객수는 22만 2,563명이다.
앞서 극장가는 지난 14일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세에 24일, 25일 극장을 방문한 총 관객이 하루 평균 5만명대까지 대폭 감소했지만, ‘테넷’ 개봉 덕분에 다시 하루 17만 6,669명 수준으로 반등했다.
‘놀란 매직’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진행된 유료 프리미어 시사 기간 동안 일부 극장에서만 상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틀 간 8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또 지난 26일 85.5%, 27일 오전 82%의 높은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인셉션’,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 시리즈 등을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은 국내 마니아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테넷’은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보다 빠르게 한국에서의 개봉을 택했다. 영화는 난해하고 어렵다는 평가가 잇따르지만, 관객들은 이미 온라인에 ‘테넷’ N차 관람을 유행시키며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귀환은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는 해석이다. 또 유료 시사회로 인해 ‘변칙 개봉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테넷’이 불러올 긍정적인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테넷’의 행보와는 상반되게 ‘뮬란’과 ‘뉴 뮤턴트’는 분위기를 보고 한 발 빼는 입장이다.
27일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코로나19의 현 상황을 고려해 다음 달 10일 예정이었던 ‘뮬란’ 개봉일을 같은 달 17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던 ‘뮬란’은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수차례 일정을 변경한 끝에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자사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했으며, 국내에서는 9월 극장 개봉을 예고한 바 있다.
마블의 새로운 돌연변이들의 등장을 알린 영화 ‘뉴 뮤턴트’도 개봉일을 내달 3일에서 10일로 미뤘다.
‘뮬란’과 ‘뉴 뮤턴트’는 이미 여러차례 개봉 연기를 한 바 있다. 일단 한 주의 시간을 벌어놨지만, 또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작품이 다음 달 10일 동시에 개봉되면서, 개봉을 미룬 한국 영화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분간 영화관은 ‘테넷’ 천하가 될 전망이다. 변칙 개봉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테넷’이지만 영화계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공백이 생긴 신작 라인업을 ‘테넷’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