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859년 태양대폭풍

재발 땐 전세계적 재앙 초래

내부 온도 1,400만도인 태양은 수없이 폭발하며 폭풍을 일으켜 지구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구촌 멸망 1순위라는 분석까지 나온다./그림=위키피디아내부 온도 1,400만도인 태양은 수없이 폭발하며 폭풍을 일으켜 지구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구촌 멸망 1순위라는 분석까지 나온다./그림=위키피디아



1859년 8월 28일 늦은 밤 런던 외곽, 리처드 캐링턴의 사설 천문대. 캐링턴(33세)이 태양에서 연이은 대형 폭발(플레어)을 관측했다. 이튿날 출판업자 겸 아마추어 천문가 리처드 호지슨도 비슷한 현상을 봤다. 크고 작은 태양 플레어가 잦아진 것. 두 사람이 관측한 태양 폭발은 거대한 태양질량 방출(CME:coronal mass ejection)을 일으켰다. 주로 양성자와 전자로 구성된 코로나 물질은 지구촌에 광범위한 기상 이변을 낳았다.

전 세계에 걸쳐 오로라 현상이 발생, 밤에 신문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밝았다. 극지방에서 멀리 떨어진 하와이나 쿠바 같은 지역에서도 오로라가 나타났다. 문제는 북미와 유럽 전역에 걸친 전신 시스템 장애. 전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전신탑에 불꽃이 튀고 일부 지역에서는 단선됐는데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선박의 나침반도 제멋대로 움직였다. 당시 사건은 ‘59년의 태양대폭풍’ 또는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캐링턴 사건(Carrington event)’이라고 불린다.


캐링턴 사건은 태양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인간의 물질문명이 태양 앞에서 파손될 수 있다는 경고였으나 얼마 안 지나 뇌리에서 사라졌다. 근대 과학기술의 총아로 각광받던 전신 시스템 도입 초기여서 피해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잊혔던 캐링턴 사건은 20세기 후반부터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전자기기가 온 세상에 뒤덮은 마당에 캐링턴급의 태양대폭풍이 다시 발생한다면 추정하기도 어려운 피해가 예상된다. 태양 폭풍의 규모에 따라 인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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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플레어로 엄청난 양의 코로나 물질이 총알보다 수백 배 빠른 속도로 지구를 덮치면 인공위성과 방송, 통신이 영향받고 항공기와 선박 안전운항에도 문제가 생긴다. 개인 휴대전화도 영향받을 수 있다. 미국 대기환경연구소는 캐링턴급이 재발할 경우 경제적 손실을 2조6,000달러 추정(2013년 기준)한다. 한국보다 국내총생산이 1조 달러 많은 영국 경제가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초대형 태양 폭풍이 발생해 거대한 코로나 물질이 형성됐으나 지구를 살짝 비켜간 적도 있다. 1989년 캐나다와 북미 일부 지역의 대규모 정전도 태양 활동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결과다. 과학기술은 태양폭풍도 예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대책 마련은 인간의 영역 밖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무서운 코로나 물질에 떨 수밖에 없는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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