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아빠, 학교에 가고 싶어요"

■ 김정곤 사회부장

코로나로 수도 서울 한 순간에 멈춰

K방역 힘없이 무너지며 경기 찬물

지금은 좌고우면 말고 '안전'이 우선

선제방역 못하면 경기회복도 멀어져

김정곤 사회부장김정곤 사회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된 지난 23일.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사거리는 사람도 차량도 거의 다니지 않는 텅 빈 거리가 됐다. 평소 주말이면 인파로 북적이던 광화문대로는 썰렁하다 못해 흡사 유령 도시를 방불케 했다. 젊은이로 넘쳐나던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 상가와 식당가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방역이 그나마 잘된다는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역시 좌석이 대부분 비어 있는 채로 운행됐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공포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사실상 멈춰 선 것이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외부 미팅이나 약속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지난 6개월 동안 방역 당국과 의료진, 국민이 함께 사투를 벌인 덕분에 제한적이나마 기존 일상생활로 되돌아가던 중이었다.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예상했던 경기는 반전의 기미를 보였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저금리로 유동성이 몰린 증시는 거짓말처럼 연초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한순간에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갔다. 정말 한순간이었다. 지금은 하루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서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도 다시 커지고 있다. 물리적 셧다운 상태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가 내려지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한국은행을 비롯한 민간 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은은 27일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려했던 대로 역성장이다. 역성장은 1980년 -1.6%, 1998년 -5.1% 단 두 차례뿐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겨울까지 이어지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2.2%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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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비관적인 전망에 빠졌던 국민들은 방역 당국의 조치에 협조하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8·15 광복절집회 강행과 사회적 거리 유지 방침을 무시한 일부 종교단체 등의 고집으로 철벽 방역이라던 ‘K방역’도 힘없이 무너졌다. 방역 당국의 노력 못지않게 국민들의 협조 없이는 코로나19 방역이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 방역 강화 조치 이후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인구 이동이 줄어들면 경제활동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드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도 고민이 클 것이다. 선제 대응하자니 셧다운으로 경제가 걱정되고 차일피일 미루자니 코로나19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경제에 대한 우려에 앞서 국민 안전이 우선이다. 강화된 방역 조치가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이유다. 방역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등교하지 못한 게 벌써 6개월째다. 지난 1학기에 이어 2학기 역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다. 늦둥이 초등학교 2학년 딸은 기자와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아빠,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는 말을 반복하곤 한다. 하루 종일 집에서 책을 읽거나 디지털 기기를 갖고 혼자 놀다가 지친 것이다. 친구가 그리울 수밖에 없다. 가족과의 잠깐 외출도 답답하게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런 생활이 길어지면 아이도 어른도 견디기 어렵다. 물론 우리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 뉴노멀에 서서히 적응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괴롭고 지난한 일이다. 선제적 방역으로 코로나19가 멈추게 한 일상과 경제를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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