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대구 경북 대유행 이후 가장 많은 441명을 기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단계까지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로 이 같은 절체절명의 방역위기를 맞았음에도 의사단체와 정부는 여전히 ‘강대강’으로 맞서 환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441명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7일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역발생 환자는 434명으로 3명 중 1명은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깜깜이’ 환자여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과 서울 내 신규 확진자는 각각 313명, 154명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397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23일이 이번 유행의 정점일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가 한순간에 깨지면서 현재 2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수준인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중환자 병상이 동나고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돼 방역체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상황이 엄중한데도 의사단체는 총파업을 강행했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은 전날 정부의 진료개시명령에 정면으로 맞서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28일부터는 아예 외부 연락을 차단하기로 했다. 사직서 제출 역시 업무개시명령 대상이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부는 예고한 대로 명령을 거부한 의사들을 고발하며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료현장 곳곳에서는 환자의 불편이 잇따랐다. 외래진료나 수술이 대거 연기되고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며 진료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정부 "미복귀 땐 고발"…전공·전임의 집단 사직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내는 ‘제5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개시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병원별로 단체행동이 이어졌다. 전날 정부가 집단휴진에 나선 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자 사표로 맞선 것이다. 김현숙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판례상 사직서 제출도 집단행위의 한 사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부할 수 있으며 불응 시 그에 따른 조치는 동일하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이전 파업 때와 달리 전임의들의 적극적인 집단행동이 두드러졌다. 대형병원에서 임상강사 또는 펠로로 교수진과 더불어 환자 진료를 맡는 전임의들은 지난 7일 전공의 파업의 공백을 메꾸는 대체인력이었지만 이번에는 집단휴진 주체로 본격 등장했다. 이들은 전국 전임의 공동성명에서 “정부의 정책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함을 결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한다”며 “현 사태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부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면 더욱더 뭉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서울병원 전임의들의 휴진 참여율은 25일 4%에서 26일 50%로 훌쩍 뛰었다. 정부의 진료명령이 전임의들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들은 28일에는 전원이 휴대폰을 끈 채로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의 진료개시명령 발부를 피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전날 행정명령은 대상을 특정하지 않아 실제 구속력을 가지려면 의사 개인에게 명령서가 전달돼야 한다.
정부 역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공개 대책회의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즉각적으로, 아주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대한의사협회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공정위에 대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복지부는 전날 수도권 20개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현장조사에서 명령서를 발부한 358명에 대해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바로 고발하고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면허 정지 또는 취소도 가능하다.
한치의 양보없는 대치…사태 장기화 우려
의·정 대치로 대형병원 환자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관계자는 “오늘 기준 수술 연기가 전체의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부산의 경우 전공의 84.3%가 일손을 놓으며 외래환자 진료와 수술 취소가 잇따르고 응급실마저 축소 운영 중이다.
양측에 대한 주변 압박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부는 공정하지 못한 공공의대 정책을 철회하고 의료계는 파업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을 향한 메시지지만 ‘철회’를 언급해 사실상 의사들에게 힘을 보탠 셈이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이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볼모 삼아 의협이 벌이는 진료거부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윤홍우·임진혁·우영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