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를 파는 기업에서 브랜드 가치를 더한 고수익 차종 중심의 자동차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수익성 높은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형 세단을 전면 배치해 자동차 한 대당 평균판매가격(ASP·Average Selling Price)을 국내 3,300만원 이상, 해외 1만5,0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미래 자동차 분야에 투자해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장기 플랜을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자동차 한 대당 국내 ASP는 올 2·4분기 3,340만원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약 14%, 해외 ASP는 1만5,500달러로 같은 기간 7.6% 상승했다.
ASP는 자동차 기업의 자동차 평균판매가격으로 높을수록 고가·고수익 차량을 판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최근 열린 ‘씨티 코리아 인베스터 컨퍼런스’에서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수치를 공개했다. 그동안 증권가에서 현대차의 ASP 추정치를 내놓기는 했지만 현대차가 직접 가격 정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의 국내 ASP는 지난 2017년만 해도 2,770만원에 머물렀지만 2018년 2,800만원, 2019년 2,920만원으로 상승한 뒤 올 1·4분기 3,130만원으로 3,000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한 분기 만에 3,34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현대차의 ASP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7년 1만3,800달러에 그쳤던 ASP가 2018년 1만3,900달러, 지난해 1만4,400달러, 올 1·4분기 1만5,200달러, 2·4분기 1만5,500달러로 올라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싼 차가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뜻이다.
현대차의 ‘고수익 질주’는 제네시스와 SUV, 중형(D세그먼트) 이상 세단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세 차급을 합친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 2·4분기 58.4%(SUV 40.8%+제네시스 5.4%+D세그먼트 12.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18년 46.1%에서 지난해 50.5%, 올 1·4분기 55.7%에 이어 2·4분기까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고수익 차종 판매 증가에 힘입어 현대차의 ASP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현대차의 자동차 상품성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시장에서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격 대비 괜찮은 차를 파는 대중 브랜드’에서 ‘고가의 좋은 차를 파는 고급 브랜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국내에서 1~7월 판매대수가 6만5대로 메르세데스벤츠(4만1,583대)와 BMW(2만9,246대)를 앞섰다. 또 같은 기간 준대형 세단 ‘그랜저’ 판매량은 9만1,985대로 벌써 연 10만대를 넘보고 있다. 자동차산업 한 연구원은 “제네시스와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에서 제네시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며 “현대차의 숙원이었던 브랜드 가치 제고가 국내에서 이뤄졌고, 해외에서도 더 끌어올리면 더욱 강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첫 ASP 공개를 통해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의 변신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고수익화를 통해 영업이익률 8%를 기록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18년 2.3%에 머물렀던 현대차의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8년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급상승해 지난해 4.3%를 기록했다. 현재와 같은 ASP 추세가 이어진다면 5년 후 영업이익률 8% 달성이 가능해보인다.
현대차는 자동차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을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61조1,000억원의 투자계획을 이미 세웠다. 품질과 새 공장 건설 등 기존 핵심 자동차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41조1,000억원을, 모빌리티·자율주행·전동화 등 미래 사업 분야에 20조원을 쏟아붓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자동차 산업의 방향은 정해져 있고, 투자를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미래차 시대에도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자로 우뚝 서기 위해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