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지역에서 가장 많이 올랐지만, 매매가는 오히려 외곽 지역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3법’과 ‘7·10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의 전세가와 중저가 지역의 매매가가 함께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거 환경이 더 불안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은 학군과 직주 근접성이 우수해 전세 수요가 꾸준한 곳이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임대차3법 여파로 집주인들이 전세 물건을 시장에서 거둬들이면서 전세가가 크게 올랐다.
실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세가 상승률 1위는 강동구로 0.61% 올랐다. 그 뒤를 송파구(0.55%), 서초구(0.54%)와 강남구(0.53%)가 이었다. 모두 서울 평균 전세가 상승률인 0.3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자이’ 전용 114㎡는 이달 18일 19억 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해당 평형은 불과 3주 전인 7월 30일 14억 1,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올해 입주한 송파구 거여동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 전용 84.96㎡의 전세도 7월 초 5억 원 후반에서 6억 원 초반에 주로 거래됐지만 8월 들어 8억원까지 올랐다.
반면 8월에 매매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중랑·동대문·은평·관악구 등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는 곳이었다.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월세냐 매매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실수요자들을 그나마 저렴한 외곽지역으로 몰린 것이다. 서울에서 이달 들어 매매가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은 각각 0.13%의 상승률을 기록한 동대문구와 중랑구다. 은평구와 관악구도 0.11%를 기록하며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0.00~0.03% 수준에 그친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답십리 동아’ 전용 101.94㎡는 이달 6일 8억1,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달성했다. 이는 전고가였던 7억 원보다 1억 원 뛴 가격이다. 중랑구 묵동의 ‘묵동자이 2단지’ 전용 101.9㎡도 이달 10일 전고가를 9,000만원 뛰어넘은 9억2,0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고가 아파트 시장은 보합세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꾸준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