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반도체 초격차'로 경영위기 정면돌파

[삼성전자 평택2공장 가동]

'축구장 16개' 규모 세계 최대

D램·낸드·파운드리까지 생산

반도체 '트리플1위' 등극 고삐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지난 6월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소 간담회에서 임직원들에게 ‘기술 초격차’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으며 끊임없이 혁신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를 둘러싼 최근 반도체 시장은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며 서버와 PC용 D램 가격이 지난달 하락세로 접어든데다 미국 제재로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중 하나인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과감한 선제투자로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를 주도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것 또한 삼성의 위험요소다.


삼성전자가 30일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D램 양산을 통해 평택 2라인을 가동한 것 역시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절박함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평택 2라인의 핵심 무기는 3세대 10나노(1z) 공정 기반의 LPDDR5 D램이다. 삼성전자는 2월 2세대 10나노(1y) 공정 기반의 16GB LPDDR5 D램을 양산한 지 6개월 만에 1z 공정 기반 제품을 양산하며 압도적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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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4분기 D램 시장에서 43.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 중이며, 독과점에 대한 각국의 견제를 우려해 매출보다는 이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주요 D램 사업자 중 원가 경쟁력이 가장 높은데다 이번 EUV 공정 기반의 D램 양산으로 이익률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1z 공정 기반 D램으로 5G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 수요를 선점하는 것은 물론 전장용 제품까지 D램 매출처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평택 2라인에서 V낸드 제품까지 양산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압도적 입지는 한층 강화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모듈과 컨트롤러 등을 탑재해 만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분야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1년여 동안 키옥시아(옛 도시바)·웨스턴디지털·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 등이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 중인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이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은 파운드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평택 2공장 파운드리 라인이 가동될 경우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인 TSMC와의 점유율 격차 좁히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7나노 칩 양산에 가장 먼저 EUV 공정을 적용하는 등 ‘선단공정’ 경쟁에서 TSMC에 미세하게 앞서 있으며 오는 2022년에는 3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트랜지스터와 게이트 간 접점을 늘리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적용에 이어 ‘멀티브릿지채널(MBC) 펫’ 공정을 추가로 적용해 파운드리 1위 등극에 고삐를 죌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2라인 가동에 발맞춰 시설투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만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에 전년 동기(8조8,000억원)의 두 배 가량인 14조7,000억원을 집행했다. 이 같은 투자가 지속될 경우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 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년의 27조3,45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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