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이가 수능인데 막막합니다. 다 처분하고 마이너스 통장만 두 개 남았습니다. 폐업 이야기를 꺼내자 직원도 울더라구요.”
경기 안산에서 8년째 PC방을 운영해 온 A씨(51)는 31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폐업신고를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PC방은 주변에 영화관이 있을 만큼 번화가에 위치했다. 한 때 200대를 운영하던 PC방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몇 년 전 100여대로 줄였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버틸만했다. A씨는 “직접 나와 일하면서 아르바이트생은 1명씩 3교대로 운영하면서 버텨왔다”며 “올해 2월부터 가게 상황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A씨 PC방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월 매출은 3,000만원 초반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700만원대 인건비(3명)과 PC 렌털비, 전기세 등을 빼고 나면 수익 규모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올해 2월이 되면서 매출은 2,000만원대로 줄더니 폐업을 결정한 지난달에는 1,000만원대 미만으로 떨어져 더 이상 운영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지난 19일 정부가 전격적으로 PC방을 고위험군 시설로 분류하면서 영업제한을 조치한 게 결정적이었다. A씨는 “PC방은 환기시설 기준이 까다로워 영업허가를 받기 쉽지 않다”며 “국내에 없는 초미립자 분사기 두 대까지 140만원 들여 구입해 (방역에는) 문제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영업제한이 이뤄졌다”고 답답해했다. A씨뿐만 아니라 PC방 단체들은 갑작스러운 영업제한 조치로 인해 타격이 크다며 정부에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A씨는 “영업제한 조치를 예고했더라면, 건물주를 만나 임대료 부분을 설득하고 렌털업체와도 렌털비를 일시적으로 늦춰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을 것”이라며 “건물주가 그나마 폐업 이후 남아있는 몇 개월 월세는 받지 않겠다고 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A씨가 폐업 결정을 들은 직원 B씨는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A씨가 PC방을 열 때부터 가게를 지킨 가족같은 직원이다. A씨는 “수술을 앞두고 있어 2주간 휴가를 다녀왔다가 폐업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울먹였다”며 “지금 같은 시기에 어떻게 일을 구하느냐는 말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기업에 다니다가 퇴직금으로 차린 PC방을 정리하면서 A씨는 마이너스 통장 두 개가 남았다. 영업제한 기간에도 혹시나 PC방에 도둑이 들까봐 혼자 불을 켜고 지키던 가게였다. 1억5,000만원 들여 PC방에 배치한 100여개 PC는 3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처분했다. 평소라면 3분의 2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PC를 사려는 수요도 없다. 정부 지원금은 ‘벌써 소진됐다’ ‘대기가 길다’는 주변의 걱정 탓에 포기한 지 오래다. A씨는 “최근 가게 맞은 편에 PC방을 차린 한 사장이 찾아와 ‘앞으로 막막하다’고 걱정을 털어놨다”며 “코로나19가 끝나기 전까지 모든 사장들의 생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올해 수능을 앞둔 자녀 한 명을 뒀다. 그는 “다시 가게는 못 차릴 것 같다”며 “대학 입학하면 학자금 대출받아야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야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