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거리두기 3단계는 시작도 안했는데…일상 곳곳이 멈췄다

거리두기 2.5단계 평일 첫날

직장인 점심 도시락 싸오고

출퇴근 지하철은 한산

식당선 "손님 반토막" 한숨

달라진 일상 체감하는 시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수도권의 강력한 방역조치가 시행된 31일 곳곳에서 과거와 다른 풍경이 벌어졌다.

‘일상의 포기’에 방점을 맞추고 도입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첫 평일인 이날 상당수 직장인이 재택근무에 돌입하며 출근길 대중교통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식당가도 눈에 띄게 한산했다. 회사 사정상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은 중소·중견기업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재택근무를 둘러싼 기업 내 갈등도 일부에서 불거졌다.

수도권에서 강화된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후 첫 월요일인 31일 서울 광화문 인근 출근시간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권욱기자수도권에서 강화된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후 첫 월요일인 31일 서울 광화문 인근 출근시간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권욱기자



이날 많은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대중교통이다. 지역사회의 감염이 심각해지면서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길은 비교적 한산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거주지인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직장이 있는 아현역까지 출근하는 이모(28)씨는 오랜만에 편안하게 앉아서 출근했다. 오전9시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 이씨는 “평소에는 자리에 앉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고 손잡이 잡기도 어려웠는데 오늘은 앉아서 왔다”며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많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버스로 동작구 흑석동에서 영등포구 여의도까지 출근한다는 최모(33)씨는 “버스 이용객이 평소보다 약간 준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자차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은지 길이 뻥뻥 뚫렸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시락 가방을 따로 싸 온 최씨는 “일반 식당이든 구내식당이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은 신경이 쓰여서 도시락을 만들어 왔다”며 “버스의 야간 운행도 감축된다고 해서 출근보다 퇴근길이 더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자신의 차량으로 출근하는 정모(38)씨는 통행량이 다소 늘었다고 느꼈다. 오전10시까지 출근하는 정씨는 “평소에 항상 다니는 길이지만 확실히 신호대기 횟수도 늘고 10~20분 정도 더 걸렸다”고 말했다.
일터마다 '재택 근무' 온도차 여전
코로나19에 따른 일상의 멈춤은 일터에 따라서도 크게 차이가 났다. ‘전사적 대응’을 주문하며 일률적으로 재택근무를 주문한 대기업이 있는가 하면 극단적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나오지 않는 한 재택근무는 어렵다는 중견·중소기업도 있었다. 제조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대기업이 아니라 그런지 이 시국에도 사무실에 근무했다”며 “다들 분위기가 안 좋아서 일이라도 잘못하면 탈탈 털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기업이어도 일터가 본사냐 파견업체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다. 윤모(31)씨는 “본사는 대부분 재택근무인데 고객사에 파견 나온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지 못한다”며 “역차별인 것 같지만 욕하기에는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고백했다. 심지어 ‘회사 출근 인력은 20%에 불과하다’고 한 한 대기업에서는 부서장에 따라 출근을 강행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5대 그룹에 다니는 박모(41)씨는 “인사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라지만 팀장이 회사 나오라고 하면 방법이 없다. 팀장과 임원 모두 회사에 나온 상태”라며 지침과 다른 현장 분위기에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주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한 워킹맘 한모(36)씨는 “아이 유치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돌봄을 부탁할 곳이 없어서 재택근무 중”이라며 “업무효율이 회사보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팀 직원들도 많아서 그런지 밤 11시 넘어서까지 회사 메신저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한산한 식당가, 문 닫은 체육시설
‘직장인의 쉼표’인 점심시간은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서울 종로구 두산위브파빌리온 지하 식당가에서는 사람을 마주하기도 어려웠다. 문을 활짝 연 식당들은 손님을 맞을 준비를 끝냈지만 빈 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찜요리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주와 비교해도 손님이 4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직장인이 몰려있는 여의도 식당가도 한산했다. 여의도 오투타워는 1층부터 3층까지 음식점과 커피숍이 즐비한 건물이다. 평소라면 오전 11시20분부터 이곳 카페와 식당에 대기자들 대여섯 팀씩 있었지만 이날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빈 자리가 절반을 넘었다. 식당가의 대기자를 알려주는 모니터에는 ‘현재 대기 0팀’이라는 화면만 선명했다. 이곳에서 단독 룸 위주로 운영하는 한 한식당 주인은 “코로나19에도 단독 룸을 운영하다 보니 룸의 경우 항상 만석이었지만 이날은 룸 예약도 텅 비었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디타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태영기자31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디타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태영기자


이날 낮 12시30분에 방문한 종로구 디타워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이곳에는 다섯 개 층에 걸쳐 16개의 식당이 들어서 있다. 평소라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모두 사람으로 꽉 찼을 이곳은 오가는 사람마저 적었다. 식당에는 손님이 없는 테이블이 있는 곳보다 더 많았다. 디타워 입점 식당에서 일하는 한모(26)씨는 “확실히 점심시간에 맞춰 포장하는 손님들이 확 늘었다”고 귀띔했다.

서울 시내 대형 카페들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도록 매장 동선을 모두 바꾸고 손님을 맞았다.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는 방문하는 모든 이들을 QR코드로 확인하고, 모바일 주문(사이렌 오더)이나 현장 주문 줄을 다르게 배치해 감염 확산 방지 노력을 기울였다. 백화점에는 마스크 자판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마스크 자판기 앞에서 몇몇 고객들이 마스크를 샀다.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실의 회사 근처에서 필라테스 강습을 받던 김모(30)씨는 “전날 학원에서 서울시 명령에 따라 일주일간 수업이 모두 중단된다고 연락을 줬다”며 “대신 강사가 비대면 수업을 제공해준다고 해서 약속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헬스장과 당구장, 실내골프연습장, 필라테스 교습소 등에도 집합금지 조치를 적용한 상태다.


한편 기업들은 재택근무 대상 인력을 확대하며 정부의 방역조치에 동참하고 있다. LG전자는 전체 인원의 30%를 재택근무로 돌렸고 삼성전자도 내달 1일부터 소수인력이지만 재택근무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업체들은 내달 6일까지 전사 또는 순환 재택근무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무기한 원격근무에 돌입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하루 매출 40% 급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식당 등이 매출 폭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매장 이용을 못 하고 포장·배달주문만 가능한 탓에 일부 프랜차이즈형 커피 전문점은 첫날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식당 역시 저녁 장사가 불가능한데다 점심 때도 손님들이 매장 이용을 꺼리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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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식품·유통 업계에 따르면 2.5단계 시행 첫날인 지난 30일 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매출은 평소 하루 매출 대비 40% 급감했다.

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테이크아웃은 소폭 늘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내방고객 자체가 줄면서 매출이 반 토막가량 줄었다”며 “불경기를 고려하더라도 하루 만에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커피 전문점의 경우 매장 다수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가맹점이다. 본사의 영업이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크게 쪼그라드는 것이다.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매출 감소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매출 하락세는 뚜렷하다”며 “테이크아웃에 의존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내점고객 자체가 줄면서 테이크아웃 고객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를 제외한 할리스·이디야 등 대형 브랜드는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커피의 배달’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매출 감소를 상쇄하지 못했다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추진에 따른 학원, 독서실 등의 집합금지명령이 발동된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밀집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0시부터 다음달 6일 24시까지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300인 미만 학원 및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에 적용됐다./오승현기자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추진에 따른 학원, 독서실 등의 집합금지명령이 발동된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밀집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0시부터 다음달 6일 24시까지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300인 미만 학원 및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에 적용됐다./오승현기자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와 식당 등 역시 매출 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카페의 경우 매장 이용이 가능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직장인을 비롯해 유동인구 자체가 줄면서 대부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탓에 오피스가 몰린 상권의 일부 식당들의 경우 문을 닫고 이번 한 주 장사를 포기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주거지보다 오히려 오피스 밀집지역에 위치한 카페와 식당의 매출 타격이 더 크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길거리에 사람 자체가 없어지면서 프랜차이즈 전문점만 매장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규제가 무색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커피 전문점과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카페형’ 매장 사이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스타벅스·이디야·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전문점은 포장판매만 가능하고 파리바게뜨·뚜레쥬르와 같은 ‘카페형’ 매장에서는 매장 이용이 가능하다. 스타벅스는 휴게시설로 허가를 받았고 뚜레쥬르는 ‘제과점’으로 등록돼 일반음식점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이수민·심기문·김보리·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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