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약을 월세로 바꾸려고 했는데 전월세 전환율 인하 폭이 생각보다 커서 고민 중입니다” 서울 성동구에서 아파트 한 채를 전세로 주고 있는 40대 A씨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킨 것은 다름 아닌 정부의 규제”라며 항변했다. 시장에서는 연이은 땜질식 조치로 임대 매물이 더욱 줄어들어 전월세 가격 급등과 매물 가뭄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월세 100만원→62만원으로, 소급적용 않기로=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오는 10일까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 개정안은 법정 전월세 전환율 상한 산정 시 기준금리에 더하는 이율을 현 3.5%에서 2%로 하향 조정한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법정 전월세전환율은 현재 기준금리가 0.5%인 점을 고려해 현행 4.0%에서 2.5%로 낮아질 전망이다. 새 기준은 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로 얼마나 월세가 줄어들까. 예를 들어 살펴보면, 기존 5억원짜리 전세를 보증금을 2억원으로 낮추고 나머지(3억원)에 대해 월세를 받는 경우 현재 기준(4%)에서는 월 100만원이 된다. 하지만 2.5%로 전환율이 낮아지면 월세는 62만 5,000원으로 4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전월세 전환율 적용 대상은 새 제도가 시행되는 10월부터 기존 전세계약을 월세나 반전세로 바꾸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10월 이전의 계약은 소급적용되지 않고 신규로 월세·반전세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인하에 대해 월세의 전세 전환이 촉발돼 전셋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월세 전환율이 인하되면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는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월세를 전세로 바꿀 때 전셋값이 올라가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전세에서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월차임 전환율’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우려…“매물 잠김으로 전셋값 상승”=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규제에 따른 역효과가 더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단 전세금도 못 올리고 월세도 기대치보다 낮아지게 된 집주인들이 본인이나 가족 거주로 방향을 바꿔 ‘매물 잠김’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민간의 임대 물량 감소를 부채질할 확률이 높다”며 “임대차 보호기간이 종료되는 4년마다 월세 전환이 대폭 늘어나거나 임대료가 급등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조치가 기존 전세계약 갱신 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신규 계약에서는 미래의 수익 감소분까지 미리 적용해 전세·월세 모두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기존 월세·반전세계약에서 전세계약으로 전환하는 경우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일부 집주인들은 오히려 전세금을 올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세로의 전환은 법정 전환율이 별도로 없고 주변 전세 시세를 기준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의해 정하게 돼 있다. 현재 서울 등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는 지역의 경우 전월세상한제로 임대료가 ‘5% 상한’에 묶이면서 계약 갱신 때 주변 시세와 격차가 커지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월세·반전세를 전세로 바꿀 때는 주변 시세대로 다시 끌어올릴 여지가 생긴 것이다.
특히 정부가 주도해 기존 거래 관행을 뒤집고 있는 만큼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마찰이 대거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당사자들 간 다툼의 소지가 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선별적으로 고르는 식의 거래 관행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매물 자체도 크게 줄 수 있다. 세입자를 위한 대책인데 오히려 세입자들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