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정세균 총리도 전북 공공의대 전화 압력"... 2월 국회회의록 논란

20대 국회 복지위 회의록 온라인서 빠르게 확산

식약처장 출신 김승희 "총리가 전화해 남원 언급"

"의대와 의료 인력 문제 다른데 전북이라고 하나"

김광수 "필수의료가 지역이기주의란 말 처음 들어"

오제세 '충북 홀대론' 주장엔 기동민 "당론 거슬러"

최도자 "전남 의대 0개", 김상희 "하나 만들어야지"

21대에서도 총리는 그대로..."정부 믿고 돌아오라"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이 13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등 강행 의지에 대한 의료계의 의심이 여전히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국회에서 “제로 상태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까지 전달했지만 결국 기존 안을 다시 강조하는 형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한 것이다. 특히 의료인들과 정부 정책 의도에 의구심을 품는 국민들은 지난 2월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화로 압력을 넣었다”는 김승희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의 발언을 공유하며 “정 총리도 결국 방향은 다 정해놓고 철회 의지도 없으면서 의사들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전라도 우대에서 北차출까지 간 공공의대 '시나리오'

온라인 상에서 도는 올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자료=독자제공온라인 상에서 도는 올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자료=독자제공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일반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올 2월19일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회의록 내용이 크게 회자되고 있다. 20대 국회 회의록이지만 현재 전남·전북에 추진하는 공공의대와 관련해 여야와 정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기동민 당시 소위원장은 전북 지역 등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법안을 의사 일정에도 없이 갑자기 추가하면서 야당의 반발을 샀다. 기 소위원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인 김승희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굉장히 급박하게 다뤄야 할 문제지만 대학교 신설 관련은 또 다른 문제이고 신설되더라도 인력이 배출되기까지 10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부분을 지금 논의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반대하자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약사 출신인 김순례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 표결은 보건복지위 역사상 또 처음이네”라고 놀랐다. 공공의대법은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가결돼 상정됐다.

온라인 상에서 도는 올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자료=독자제공온라인 상에서 도는 올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자료=독자제공


특히 이날 김승희 의원의 정 총리 관련 발언은 의료인들과 의정 갈등에 관심을 갖는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승희 의원은 논의 과정에서 “솔직히 국민 세금도 들어가고 교수 요원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가 중요한데 전북이라고 집어넣고 정치권에서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내가 얼마나 전화를 많이 받은 줄 아느냐. 정세균 국무총리도 나한테 (전화) 하더라”라고 폭로했다. 김승희 의원이 정회를 요청한다고 강하게 나서자 기 소위원장은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토론하자는 것”이라고 만류했고 이에 김승희 의원은 “총리도 (남원을 언급하면서) 전화합디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기 소위원장은 “총리가 전화했다고 토론도 못하느냐. 그 정도 부탁했으면 토론할 수도 있는 거지”라고 지적하자 김승희 의원은 “총리도 전화해서 내가 얘기했는데 그런 식으로 압력을 넣으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전화하는 이유가 뭐냐, 법안소위 위원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저항했다. 약사 출신으로 현재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상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총리가 전화를 하든 대통령이 전화를 하든 (김승희 의원 본인이) 압력을 안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온라인 상에서 도는 올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자료=독자제공온라인 상에서 도는 올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자료=독자제공


김승희 의원이 “공공의대가 필요한 게 아니고 지금 공공의료 인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전라북도 국회의원이라고 전북 의대를 신설하고 본인들 지역구가 거기라고 이번에 집어넣겠다는 것 아니냐”고 물러서지 않자 당시 민주평화당 소속으로 전북 전주가 지역구이던 김광수 의원은 “어떤 당의 지역 공약이라고 반대하는 것 아니냐”라며 역정을 냈다. 민주화운동가 출신인 김광수 의원은 “필수의료 분야가 지역 이기주의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뭐가 당리당략이냐”라고 반박했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아내로 역시 민주화운동가 출신인 인재근 민주당 의원은 김승희 의원의 계속된 반대 주장을 두고 “그만하라, 창피하다”고 지적했고, 김상희 의원은 “김승희 의원, 속기록에 다 남는 거야. 부끄러운 줄 알라”고 꼬집었다.

온라인 상에서 도는 올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자료=독자제공온라인 상에서 도는 올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자료=독자제공


지난해 11월27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충북 청주를 지역구로 뒀던 오제세 당시 민주당 의원이 공공의대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내자 기 소위원장은 “당론을 완전히 거스르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전국의 의과대학 현황을 보면 지금 전북이 186명이고 강원도가 218명인데 충북은 104명 밖에 안된다”며 “뭘 보고 전북에 한다는 것이냐. 왜 이렇게 충북을 홀대하느냐”고 따졌다.


어린이집 원장 출신으로 전남 여수를 지역구로 뒀던 최도자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광주와 전남은 구분해야 한다면서 “전라남도에는 의대가 하나도 없는데 정부가 너무 편파적으로 의대를 설치했다”고 지적하자 곧바로 김상희 의원은 “하나 더 만들어야지”라고 거들었다. 기 소위원장은 “여수에 하나 만드는 것으로 이렇게”라고 화답했다. 최도자 의원은 이에 “내가 전라북도 공공의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지만 전북에는 의대가 2개나 있는데 전라남도에 의대가 하나도 없다는 건 정말 아니다 싶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다만 이때 논의는 20대 국회에서 이뤄진 것으로 공공의대 법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만 되고 결국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새로운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이었던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가 의료 파업 즉각 중단 및 대한의사협회 해체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이었던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가 의료 파업 즉각 중단 및 대한의사협회 해체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의료인들이 김승희 전 의원 발언을 토대로 그때나 지금이나 정 총리가 그대로 국무총리라는 점에서 정부 기조는 결국 불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더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총리가 실질적 소득도 없는 면담으로 “소통·대화의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만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SNS 등을 타고 곳곳에 번지고 있다.

특히 정 총리가 지난달 31일 “8월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 집행부와 간담회 당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한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총리를 의심하는 눈초리는 더 커진 모양새다. 정부와의 합의 내용 ‘명문화’ 요구에 대한 목소리도 이때부터 급격히 늘었다. 일각에서는 정 총리 역시 공공의대와 이해관계가 있는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만 4선을 한 정치인이란 점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 총리는 전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정책 철회 및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전공의들의 요구를 받아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 사람의 의료인도 희생되는 일이 없는 게 좋겠다는 말에 의미가 함축됐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책 원점 재검토 명문화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어렵다면 그 이유가 따로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는 “이 정부는 개인의 정부가 아니고 대한민국 정부”라며 “정부 나름대로 최소한 지켜야 될 범주가 있고 그런 차원에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정부 정책 방향엔 변함이 없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며 “기본적으로 정부가 인식하는 문제점에 대해선 그냥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지금 왜 의사들과 강대강 대치를 하는지 이해 못 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지적엔 “정책 추진을 하는 시점은 코로나19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만 내가 그것을 이 자리에서 강변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본관 접견실 앞에서 병원 교수들이 보건복지부 전공의 근무실태 파악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교수 70여 명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병원 방문 시간에 맞춰 검은 마스크를 쓰고 항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했다. /대구=연합뉴스지난달 31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본관 접견실 앞에서 병원 교수들이 보건복지부 전공의 근무실태 파악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교수 70여 명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병원 방문 시간에 맞춰 검은 마스크를 쓰고 항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했다. /대구=연합뉴스


한편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공의들은 정부와 국회, 의료계 선배들의 약속을 믿고 환자들 곁으로 조속히 돌아와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그간 정부는 진정성을 갖고 전공의협의회, 의사협회뿐만 아니라 병원장, 의료계 원로, 의대 교수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소통을 추진해 왔다”며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추진을 당분간 중단하는 한편 의사 국가시험도 1주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지속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제 시간이 얼마 없고 업무복귀가 늦어질수록 고통받는 환자들만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윤경환·김인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