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2018년부터 매년 20만가구씩 총 5년간 공공주택 10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공공임대 65만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20만가구 △공공분양 15만가구다. 정부는 계획에 따른 주택 공급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물론 ‘초과 공급’까지 달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경제가 다수의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 실적치 부풀리기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체감하는 공급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즈를 통해 로드맵을 점검해본다.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중산층을 겨냥한 주택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2018년부터 매년 4만가구, 5년간 총 20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본지가 파악한 결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가운데 입주자모집에 나선 단지들은 당초 계획의 10%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부지확보’ 기준으로는 ‘초과 공급’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사업을 맡아야 할 건설사 등은 “규제는 심하고 혜택은 없는데 부지만 있다고 누가 아파트를 짓고 임대사업을 하겠느냐”는 입장이다.
◇ 공공지원 민간임대 보니=국토부는 2018년 4만6,000가구, 2019년 4만7,000가구 규모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부지를 확보해 계획 대비 ‘초과 공급’했다는 입장이다. 부지확보 기준 수치다. 하지만 해당 주택유형이 조성되는 택지 및 가구 수 등 세부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 국토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예정 택지 및 가구 수를 밝히면 해당 지역 내 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 내 담당 부서는 “아직 사업자를 구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부지확보만으로는 공급 가구 수를 산출하기 어렵다”며 앞선 해명과는 다른 이유를 댔다.
종합해보면 세부 공급 내역은 알 수 없지만 총 공급가구 수는 산출된다는 아이러니한 주장이다. 본지가 마이홈 등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2018년과 2019년 실제 임차인 모집공고를 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각각 5,523가구와 4,129가구에 그쳤다. 해당 단지들은 LH가 마련한 부지에서 공급됐다. 올해 역시 공공지원 민간임대 분양 실적은 계획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국토부가 추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또한 입주자를 모집하는 단지 또한 5,951가구에 그칠 예정이다.
◇부지확보 했다는데 사업자들은 ‘시큰둥’=국토부가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부지에 주택이 실제로 공급될지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 건설사 등 주요 사업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때도 사업성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정부 들어 혜택은 줄어들고 규제만 늘어났다”며 “의욕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업체는 극히 적을 것”이라 말했다. 2년여 동안 10만가구가량이 들어설 ‘주택부지’만 확보했을 뿐 주택 공급까지는 요원한 셈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각종 규제가 더해지면서 사업을 맡기가 어렵다”며 “또한 대부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용지들은 분양단지들과 달리 신도시 외곽 등에 위치한 만큼 대다수 사업자가 사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형 평형 위주로만 구성된 공공임대주택으로는 시장의 한정된 수요만을 만족시킬 수 있다며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구임대주택의 94.2%, 행복주택의 97.0%가 전용 40㎡ 미만의 초소형 주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