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를 기록했다.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집중호우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채소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8.5% 올랐는데 배추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무려 69.8%에 육박했다.
2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0(2015=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3월 1%대에서 4월 0.1%, 5월 -0.3%로 내려갔다 6월부터 다시 상승 흐름을 탔다. 6월 0.0%, 7월 0.3%에서 지난달에는 0.7%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0%대 저물가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집중호우에 따라 일시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대폭 오른 탓이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10.6%나 상승해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를 0.81%포인트 끌어올렸다. 2017년 8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농산물이 12.1% 오른 가운데 채소류가 28.5% 상승했다. 채소류 상승폭은 2016년 11월(32.9%) 이후 최대다. 배추(69.8%), 고구마(56.9%), 호박(55.4%), 토마토(45.4%) 등이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국산 쇠고기(9.5%) 등 축산물도 10.2% 올랐고 수산물은 6.4% 상승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장마와 집중호우에 따른 출하 감소로 채소 가격이 오른 원인이 가장 크다”며 “올해는 장마 영향이 8월에 나타났고 9월까지 갈 것 같은데 태풍이 또 오면 그 영향이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물가는 0.3% 상승했다. 이 중 집세가 0.3% 올랐는데, 전세(0.4%)와 월세(0.2%)가 모두 올랐다. 전세는 2019년 3월(0.5%) 이후, 월세는 2017년 2월(0.3%)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한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달 0.8% 상승했다. 상승폭이 올해 1월(0.9%) 이후 가장 크지만, 2019년 8월 이후 13개월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다. 안 심의관은 “4월 이후 0%대 저물가가 지속하고 있는데 “국제유가 인하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락과 도시가스 인하, 고교 납입금 지원과 유치원 납입금 지원 확대 등에 따른 공공서비스 하락,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휘발유(-8.7%), 경유(-13.7%), 등유(-14.1%) 등 석유류가 10.0% 떨어졌고 서비스 중 무상교육·무상급식 등의 영향을 받는 공공서비스는 1.8% 하락했다. 예년의 경우 8월 외식 상승률이 1% 후반에서 2% 정도 나오는데 외식 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쳤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