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기자의 눈] 공직자들의 '내로남불' 주택보유記

권혁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전세를 끼고 서울 종로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매수했다. 이른바 ‘갭 투자’를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 기간이 끝나면 이사해 살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라며 갭 투자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처럼 본인이 전세를 살면서 다른 집을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행위가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지난 2018년부터 나타난 서울 집값 급등세에 상당수의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이 같은 방법으로 주택을 매입했다. 현재 가진 돈으로는 원하는 지역의 아파트를 살 수 없고 이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실수요자들의 매수조차 ‘투기’로 규정하고 수차례의 각종 규제로 이들을 옥좼다. 정부 및 여당 의원들의 주장대로라면 이 대표의 아파트 매수 또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적폐’고 ‘주택시장에 불안을 일으키는 투기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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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고위공직자들의 ‘내로남불’식 해명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주택은 투기”라 주장한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3주택 보유에 관해 논란이 일자 “91세 시모를 모시고 있는 집”이라며 호소했다. ‘금부 분리’를 주장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또한 과거 대출을 받아 여의도 오피스텔을 매수한 2주택자다.

국민이 이들에게 분노하는 것은 단지 ‘집’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여타 국민이 집을 사는 행위를 적폐·투기로 규정하면서 본인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본인의 주택 매수에만 어쩔 수 없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고 다른 국민에게는 없을까. 본인은 ‘어쩌다 다주택자’고 다른 국민은 ‘고의적·악의적 다주택자’일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작금의 집값 불안이 정책 실패가 아닌 다주택자·주부·30대들의 주택 매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발언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비판받고 있음에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의 행태에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한 구절이 떠오를 따름이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awlkwon@sedaily.com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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