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③ANT 등에 올라탄 개미들.. "다시한번 '천슬라' 가즈아!!"[양철민의 인더스트리]

1년새 몸값 10배 뛴 테슬라

주식분할 후 400달러대로 주가 낮아져.. 몸값 2배이상 뛰면 또다시 '천슬라' 가능

자율주행의 앞선 기술력 및 '스페이스엑스'와의 시너지 등 강점

잡스가 '피쳐폰'구조조정했듯.. 머스크가 자동차 구조조정 촉발할 듯

‘괴짜 천재’로 불리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괴짜 천재’로 불리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미국의 테크 업체인 이른바 ‘A·N·T(애플·엔비디아·테슬라)’ 중 최근 1년새 투자자는 물론 산업계 전체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업체는 누가뭐라 해도 테슬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자들은 지난 7월부터 두달간 테슬라 주식(매수결제 기준) 30억3,220만달러 어치를 사들였다. 같은기간 매수결제 기준 2위 업체인 애플(15억181만달러)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테슬라 시가총액 상승 추이도 가파르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1년전 대비 10배 가량 뛰어 2일 기준 4,426억달러를 기록중이다. 한때 개미 투자자들이 테슬라 주가 1,000달러를 꿈꾸며 ‘천(千)슬라’라고 불렀지만 몇달여만에 가뿐히 ‘2천슬라’를 달성했다. 실제 지난해 8월 30일 테슬라 주가는 225달러에서 지난달 30일에는 2,213달러로 10배 뛰었으며, 주식분할 이후 주가가 475달러로 낮아졌지만 또 한번 ‘천슬라’ 등극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의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 될까.


몸값 거품이라고? 로드러너랑 스타링크는 들어보셨나?


물론 테슬라 ‘몸값 거품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 같은 지적의 근거는 한국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와 테슬라를 재무적으로 비교할 경우 바로 드러난다. 테슬라의 올 2·4분기 영업이익은 3억2,700만 달러로 현대차(5,903억원)에 못미치는 데다, 테슬라가 2·4분기에 탄소배출권 거래로 4억2,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실제 차량 판매에 따른 이익 격차는 훨씬 클 전망이다.

반면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약 37조5,000억원으로 테슬라(약 524조원)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현대차의 미래 성장 동력까지 감안하면 테슬라와의 몸값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가 수소차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다 자율주행 같은 신성장 동력은 앱티브와 손잡고 꾸준히 업그레이드 중이기 때문이다. 테슬라 차량에서 일부 누수 현상이 발생하는 점이나 여타 완성차 업체 대비 애프터서비스가 부실하다는 점, 또 자동차 양산 기술 부족에 따른 깔끔하지 못한 마감 처리 등을 문제 삼는 경우도 많다.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 팩토리.테슬라의 상하이 기가 팩토리.


반면 테슬라 주주를 비롯해 테슬라 차량 소유주들은 현재 주가가 테슬라의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 돼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들의 근거 또한 다양하다. 테슬라는 구글 ‘웨이모’ 등에 비해 한발 앞서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오토파일럿’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FDS(완전자율주행) 기능의 두뇌 역할을 하는 ‘ HW3’는 엔비디아와 모빌아이의 설계에 기반했던 이전 버전과 달리 삼성전자(005930)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자체 제작해, 테슬라의 칩 기술 수준도 높다. 차량 하드웨어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수시 업데이트를 통해 소프트웨어 기능을 고도화 하는 ‘OTA(Over The Air)’ 방식 또한 테슬라만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테슬라가 오는 22일 ‘배터리 데이’에서 자체 배터리 양산 계획인 ‘로드러너’ 프로젝트 구체화 등으로 배터리와 전기차 간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테슬라 주주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테슬라 사이버 트럭.


테슬라와 일론머스크가 이끄는 우주업체 스페이스엑스 간의 시너지도 테슬라 몸값 추후 상승론의 근거가 된다. 테슬라가 지난 연말 공개한 ‘사이버 트럭’에는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 몸체에 탑재된 STS합금이 사용돼 ‘방탄차량’ 정도의 견고함을 자랑한다.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에는 차체 중심을 잡아주는 프레임 역할을 차체가 담당하는 ‘엑소 스켈레톤’ 방식이 적용됐으며, 차체는 기존 완성차의 프레스 방식이 아닌 레이저를 활용해 외형을 접는 방식으로 조립해 디자인도 차별화 했다. 특히 수만개의 위성을 기반으로 전세계에서 끊김없는 인터넷 서비스(1Gbps 속도)를 제공하는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 프로젝트 까지 결합하면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시장에서도 앞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쳐폰은 잡스가.. 내연기관차는 머스크가 퇴출시키나?
지난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휴대전화 시장은 노키아 천하였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모토로라, LG전자(066570) 등이 선두권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으며 PC와 아이팟 제조업체로 알려진 애플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이폰 출시 후 글로벌 1위 휴대전화 생산업체 노키아는 급격히 쇠락해, 현재 통신장비 업체로서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북미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모토로라는 최대주주가 구글과 레노버 등으로 바뀌는 굴욕을 겪었으며, ‘초콜릿폰’으로 피쳐폰 시장을 주도했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배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이외에도 구글의 레퍼런스폰을 제작하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에서 삼성의 대항마로 여겨졌던 대만 HTC와, ‘단언컨대’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베가’ 등의 스마트폰 라인을 선보였던 팬택도 사실상 업계에서 사라졌다. 당시 피쳐폰 시장의 선두기업 중 아이폰 출시 이전보다 위상이 높아진 업체는 삼성전자 뿐이다. 이 때문에 피쳐폰 업계에서는 “스티브 잡스 때문에 피쳐폰 업계가 망했다”라는 불만이 아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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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엑스가 추진중인 스타링크 모형도.스페이스엑스가 추진중인 스타링크 모형도.


일론머스크 또한 테슬라를 앞세워 내연기관 차량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발할 전망이다. 아이폰이 휴대전화 시장의 구조조정을 촉발하며 ‘애플이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를 만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테슬라에 밀려 시가총액 2위로 내려앉은 도요타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량을 결합한 PHEV 외에 순수전기차 시장에서는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 도요타는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 받지만 10년 후에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에도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다. 독일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이후 전기차 시장에 ‘올인’하고 있지만 단순 전기차 판매를 넘어 ‘플랫폼’ 업체로 진화중인 테슬라와 경쟁구도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가 테슬라 때문에 성장이 뒷걸음질 칠 것이란 전망도 끊이지 않는다.

이외에도 내연기관 차량 시장을 주도했던 GM, 포드, 르노닛산, 혼다 등이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테슬라발 전환’ 흐름에서 도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이용자들이 알아서 신차 출시를 홍보하고 또 테슬라 미래 전략을 연구하는 확실한 ‘마니아’ 층을 구축해, ‘차가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10여년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공상(空想)으로 치부됐던 일론머스크의 발언이 돌이켜보면 현실화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테슬라에 대한 업계 기대는 결국 ‘포스트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일론머스크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테슬라가 ‘기가팩토리’에 이어 ‘테라팩토리’ 건설까지 나설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지위를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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